[천병혁의 야구세상] '아랫돌 빼서 윗돌 괸' LG, 플레이오프에서도 통할까

연합뉴스 2024-10-14 11:00:41

승리 지킨 에르난데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LG 트윈스는 13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9명의 투수를 투입해 역대 플레이오프 한 팀 최다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9명 중에는 kt wiz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은 없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LG가 경기 내내 끌려다니면서 필승조인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투입할 기회조차 없었다.

알다시피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은 정규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필승조'였던 고우석과 이정용 등이 올 시즌 빠지면서 불펜이 허약해지자 LG는 이번 가을야구를 앞두고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급히 불펜으로 돌렸다.

이른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 고육지책이었다.

어쨌든 kt wiz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데일리 MVP 손주영

에르난데스는 5경기에 모두 등판해 염경엽 감독이 마음속으로 꼽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고, 손주영 역시 불펜으로 2경기를 책임지면서 LG의 준플레이오프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4.2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4.92명을 기용한 것보다 적었다.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이 나란히 7⅓이닝씩 책임진 덕에 나머지 투수들의 활용이 많지 않았다.

반면 kt는 정규시즌 평균 4.56명보다 훨씬 많은 평균 5.2명을 내보냈으나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올 가을야구에서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은 LG의 승리를 보증하는 확실한 '원투 펀치'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펜이 강하더라도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쓸모가 없다.

이 때문에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을 플레이오프에서 선발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다시 불펜에서 약점이 드러난다는 것이 LG의 고민이다.

김윤수 '내가 막았다'

삼성 역시 1차전에 승리했으나 마운드 운용이 용이한 상황은 아니다.

선발 대니 레예스가 6⅔이닝을 막고 내려간 뒤 최고참 송은범과 3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이승현까지 투입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다만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윤수가 위력적인 공으로 7회 위기를 막은 것은 고무적이다.

8회부터는 필승조인 임창민-김태훈-김재윤을 차례로 투입해 승리를 이끌었으나 마무리 김재윤이 그동안 LG에 약점을 보인 것은 맘에 걸린다.

1차전만 보면 삼성이 훨씬 유리해 보이지만 2차전 결과에 따라 시리즈 흐름이 180도 바뀔 수 있는 게 가을야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LG는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이 선발이든, 불펜이든 전천후 활약을 펼쳐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