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였다 늘였다 '고무줄 무이자 할부'...경영악화 책임 소비자에 떠넘기는 카드사들

데일리한국 2024-10-14 09:5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업황 악화를 이유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던 카드사들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이 넘는 할부 수익을 거뒀다. 알짜카드 단종 등 소비자 혜택 축소가 매년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개선 흐름이 나오자 카드사 경영 악화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카드사들은 고객 혜택 확대를 이유로 6개월 이상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다시 늘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떨어지며 자금 조달 상황에 숨통이 트인 카드사가 신규 고객 유치와 카드 결제 유도에 나서기 위해 다시금 혜택을 늘린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올해 상반기 할부 카드 수수료 수익은 1조7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171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1조5326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던 카드사들은 1년 만에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가 4081억원의 할부 수수료 수익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신한카드(3140억원) △롯데카드(2748억원) △국민카드(2430억원) △현대카드(2278억원) △우리카드(1247억원) △하나카드(1090억원) △BC카드(22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축소 추세에도 할부를 이용하는 고객은 꾸준히 늘면서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며 "일부 업종의 할부 선호도는 여전히 높아 수익은 꾸준히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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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택 줄이고 결재액 늘면서 수수료 수익 증가

이처럼 카드사들의 할부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할부 결제액 증가 등이 있다. 실제 카드사들은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꾸준히 오르자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일제히 줄였다.

지난 2022년까지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업종에 따라 최장 12개월까지 제공해 왔지만 조달 금리가 급등하며 수익성마저 악화하자 통상 6~12개월까지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기간을 3개월로 줄줄이 단축했다. 동시에 유이자 할부 금리는 높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율은 최저 7.90%에서 최고 19.90%로 법정 최고금리 수준이다.

금리 인상에도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꾸준히 유지되면서 할부 결제액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7개 카드사의 개인 고객 할부 신용판매 이용 실적은 69조546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68조97억원) 대비 2.26% 증가한 수준이다.

건전성 악화로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근 데 이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리고 있다는 점도 할부 수수료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일시불 거래가 줄고 할부 거래가 많이 늘어났다"며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였음에도 가계 실질적 소득이 늘지 않아 수수료를 무릅쓰고 할부 거래가 많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무이자 혜택 다시 늘리며 카드 사용 금액 확대 제고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줄이며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겨가자 일각에선 무이자 혜택 축소는 물론 알짜카드 단종 등을 통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1~6월) 단종한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집계됐다. 신용카드는 지난해 단종 건수(405개)의 70%에 육박했고 체크카드는 지난해 수치(53개)를 뛰어넘었다. 단종된 카드 중에는 1.0~5.0%의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카드부터 청구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알짜카드도 포함됐다.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자 카드사들은 '소비자를 위한 혜택 강화'라는 명분 속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BC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최장 5~10개월 수준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다만 카드사의 기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치솟던 여전채 금리가 최근 들어 3%대로 떨어지면서 카드사 자금 조달 상황에도 숨통이 트였고 무이자 할부가 소비자들의 지출 금액 증가와 카드 사용 금액 확대를 제고할 수 있어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줄여왔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확대해 소비를 유도하고 카드 사용 금액을 늘려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며 "할부 결제는 지속적으로 늘면서 당분간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