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21대 총선 '홍준표 1위' 여론조사…"洪-明 4년전 커넥션 의혹"

데일리한국 2024-10-14 07:30:00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당원명부 유출'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홍 시장에 대한 '맞춤형 여론조사'가 의심되는 명 씨의 4년 전 여론조사가 확인됐다. 

14일 데일리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가 관여한 여론조사업체는 2020년 21대 총선 기간 '깜깜이(여론조사 공표 금지)' 돌입 직전 홍 시장이 출마했던 대구 수성을 여론조사를 두 차례 벌였다. 이 조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 시장은 모두 1위에 올랐다. 비슷한 기간 후보들 간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던 다른 조사들과 달리 홍 시장의 지지율이 두드러지는 결과였다. 

2020년 4월 5일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피플네트웍스)이 대구 수성을에 거주하는 유권자 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후보 37%, 이인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28.7%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 26.4%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4일 전인 2020년 4월 1일 미래한국연구소와 VOK(Voice of Korea) 공동의뢰로 PNR이 공개한 당선 예상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홍준표 후보 38.9%, 이인선 후보 31.3%, 이상식 후보는 20.2%로 집계됐다(거주 유권자 1044명 대상).

홍준표 후보가 이인선 후보에 각각 8.3%포인트, 7.6%포인트 앞서면서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는 결과를 보였다. 두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한 매체는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사경남'이다. 

2020년 4월 5일 공표된 PNR(피플네트웍스) 여론조사. 사진=PNR(피플네트웍스) 제공.  2020년 4월 5일 공표된 PNR(피플네트웍스) 여론조사. 사진=PNR(피플네트웍스) 제공. 

비슷한 기간 SBS 의뢰로 입소스가 수성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인선 후보 34.4%, 홍준표 후보 33.7%, 이상식 후보 22.5%로 나타났고,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거주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후보 32.6%, 이인선 후보 30.5%, 이상식 후보 24.5%로 접전을 벌였다. 

지역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치열한 판세 속 홍준표 후보 1위 결과가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론조사업체에서 두 차례 나왔다는 점은 명 씨와 홍 시장 간 커넥션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명 씨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1등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가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4년 전 홍 시장에게도 접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명 씨가 지난 10일 SNS(사회관계망)에 올린 "김재원 씨. 지난 대구 (중구)남구, 대구시장, 대구 수성을 왜 떨어졌는지 알고는 있나?"라는 글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명 씨 본인이 대구 지역 공천 및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실제 21대 총선은 홍준표 후보가 이인선 후보에 8.3%포인트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공표 10일 만(2020년 4월 15일)에 치렀다. 명 씨의 여론조사가 예측한 판세와 달리 개표 시작부터 홍 후보와 이인선 후보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 홍 후보가 2.8%포인트 차이로 진땀승을 거뒀다. 대구 수성을은 '보수 텃밭' 대구·경북(TK) 25곳 가운데 미래통합당의 유일한 '사수 실패' 지역구로 기록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해 발표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 후보 간 격차가 큰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투표심리 저하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인선 당시 후보는 총선 국면에서 "홍준표 후보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에 관하여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며 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에 홍 시장을 고발한 바 있다.

◇ 明 "당원명부? 洪에게"…洪 "지껄이고 감옥가라"

명태균 씨. 사진=명 씨 페이스북 제공 명태균 씨. 사진=명 씨 페이스북 제공

최근 '국민의힘 당원명부 56만명 유출' 의혹과 관련해 명 씨는 홍 시장으로부터 명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공중전을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 측에 붙어 장난쳐 놓고 당원명부를 마치 내가 자기에게 흘린 것처럼 거짓말하는 건 두고 볼 수가 없다"며 "거짓말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명 씨는 "허위사실 있으면 고소하라, 무고죄로 고소해 주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홍 시장의 글은 1시간 뒤 삭제됐다.

이후 홍 시장은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마치 공범인 양 취급되는 잘못된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시장은 명 씨에 대해 '자신에게도 접근했지만 사전에 차단했었던 선거 브로커'였다고 설명하면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명 씨는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면 저보다 홍 시장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검찰이 최근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자신을 수사할 경우 홍 시장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홍 시장은 "일개 선거 브로커가 대통령도 협박하더니 나도 협박하느냐. 마음대로 지껄이고 감옥 가거라. 별X 다보네"라고 날 선 반응으로 대응했다.

명 씨와 홍 시장을 둘러싼 의혹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2년 전 대선 경선 전후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겠냐"는 말이 나온다. 명 씨는 한 언론을 통해 홍 시장과 하루에도 네다섯 번씩 전화하는 사이였지만 자신이 '왜 윤석열 후보 부인하고 싸우느냐'라고 말한 뒤 연락이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명 씨가 관여한 여론조사 업체는 2022년 대통령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후보 간 지지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윤석열 당시 후보가 모두 1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와 홍 시장은 여론조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데일리한국의 사실 확인 물음에 현재까지 답하지 않고 있다. 

한편, 홍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를 출입 기자들에게 공표해 과태료 2000만원을 처분받은 후 2020년 대구 수성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인선 후보는 2022년 홍 시장의 대구시장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수성을 보궐선거에 도전, 국회 입성을 확정했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이 명 씨에게 공천 대가로 9000여만원을 준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