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거점 흔들?…'아프리카의 뿔' 지각변동에 美 곤혹

연합뉴스 2024-10-14 00:01:15

알샤바브 ·IS 등 대응 기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와 갈등 고조

소말리아 모가디슈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복잡한 군부 갈등으로 바람잘 날 없는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동북부) 지역이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역내 갈등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입장에서는 중동·아프리카 권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에 우위를 점하며 상징적 기지 역할을 해 온 소말리아가 흔들리는 셈이어서 가뜩이나 위태로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또 다른 우려의 소재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소말릴란드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맺은 항구 사용 계약이 이미 혼란스러운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긴장을 한창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에티오피아는 소말릴란드와 20km에 달하는 해안을 50년간 임차해 민항 및 군항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 북부의 옛 영국령 지역으로 1991년 독립을 선포했지만 아직까지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WSJ은 양해각서 체결로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를 승인하는 첫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의 움직임에 노골적 불쾌감을 표한 소말리아는 이집트, 에리트레아 등 역시 에티오피아와 관계가 소원한 2개국과 최근 정상 회동을 하고 역내 문제에 있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신문은 "에티오피아와 소말릴란드의 계약 체결로 이집트에서 미국에 이르는 국제 사회가 한층 복잡한 상황에 휩쓸리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소말리아에 450명의 특공대와 방어 자산을 주둔 중이며, 이들은 알샤바브 및 이슬람 국가(IS)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군 훈련 등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서방은 특히 소말리아에서 역내 긴장이 고조할 경우 알샤바브 억제를 비롯해 서방이 드물게 우세를 점하고 있는 역내 대테러 거점으로서 역할에 소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소말리아군의 장악력이 약해진 틈을 노려 알샤바브는 물론이고 IS가 세력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8월 소말리아 슈도 모가디슈의 해변과 호텔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 37명이 사망하고 210명 이상이 부상했다. 알샤바브는 당시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특히 홍해에서 팔레스타인 지원을 위한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알샤바브와 접촉을 강화, 공격용 드론 등 물자를 공급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당국자는 "소말리아는 한때 긍정적 길을 걷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소말릴란드와 에티오피아의 협정 이후 알샤바브가 다시 발호의 기회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