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권한" vs "경솔한 판단"…세종시의회 여야 비난전

연합뉴스 2024-10-13 16:00:34

민주당 임채성 의장·국민의힘 김광운 의원, SNS로 입장 발표

세종시의회 본회의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세종시의회 여야가 최민호 시장의 공약 사업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것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이번 예산 삭감을 계기로 세종지역 정가가 극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2026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대방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여론전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채성 의장은 예산 삭감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며 최 시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임 의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의회의 예산안 심의 의결은 지방의회에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 것"이라며 "시장은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지만, 본인의 행동은 오히려 지방의회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시장이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을 비판하고 단식농성을 함으로써 문제를 정치화했다는 주장이다.

임 의장은 이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시의원들을 공격했다"며 "세종시 곳곳에는 시의회와 야당 시의원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는데, 특정 정당과 시장의 종용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시장이 나서서 시민을 분열시키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광운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임 의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오류와 경솔한 판단"이라며 "젊은 정치인으로서 그의 행보는 열정적일 수 있으나 단단한 뿌리 없이 성급하게 웃자란 나무는 강풍에 휘청거리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가 최 시장의 정원박람회 관련 토론을 거부하면서 대화가 중단됐고, 그의 단식은 정치적 의도가 아닌 박람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였다는 것이다.

이어 "세종시 곳곳에 걸린 현수막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정치적 분열을 만들어 낸 것은 의회 내에서 생겨난 성급한 판단과 의장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정치적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언제까지 표 대결만 할 건지 지긋지긋하다"는 글도 게시했다.

앞서 세종시의회는 지난 11일 제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빛축제 개최를 위한 문화관광재단 관광 활성화 지원금(6억원)과 정원도시박람회를 위한 추진단 출연금(14억118만원)을 담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전액 삭감했다.

최 시장은 박람회와 빛축제는 세종시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지만, 예산 삭감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의원들은 삭감에 전원 찬성했다.

세종시의회는 민주당 13석·국민의힘 7석이고, 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