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란여자고등학교, 고교학점제 대비한 미래지향적 학교 구축

데일리한국 2024-10-13 08:50:13
청란여자고등학교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데일리한국 선치영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한 우리 사회는 이에 맞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교육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스마트스쿨은 한국판 뉴딜과제의 일환이자 2050 탄소중립 시대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미래 육성 사업중 하나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은 물론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지원함으로서 자기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한국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갈 미래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전시교육청의 그린스마트스쿨 방향과 계획을 소개한다.

대전 중구 보문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란여자고등학교는 62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 자연과 밀접한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학교 시설이 노후화되고 공급자 중심으로 구축된 시설에 학교와 지역 특색을 반영하기 어려워지면서 미래형 학교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학교 측은 개교 60주년을 맞아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학교 현관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고는 2021년부터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추진단 구성, 우수기관 방문을 통한 학교 구성원 인사이트 투어, 사용자 참여 설계 등의 과정을 통해 학생 맞춤형·미래형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학습 혁신에 보다 적합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란 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간 기획에 나섰다. 워크숍과 인사이트 투어, 미래 사회의 요구 사항 조사 및 분석을 바탕으로 사전 기획을 진행했다. 학교 사용자들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공간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조사했고, 퍼실리테이터 초청 교육가족 대토론회를 여는 등 사용자 참여 설계 과정도 거쳤다.

청란여자고등학교 내  H 라운지의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교직원 연수, 학생 수업, 학부모 가정통신문, 전체 사용자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미래 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학교에 필요한 공간을 조사하면서 설계를 이어 나갔다. 동아리 활동과 수업에서 학생들이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를 설계자에게 전달해 실제로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스티커 투표, 학생 아이디어 전체 공유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협업과 소통을 중시했다. 학부모들이 사용자 설계 회의에 참여해 안전한 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학교는 착공 전부터 학생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 학습권 보호에 힘썼다.

그 결과 층별 소규모 맞춤 학습실, 스터디허브, 미디어아트존, 학생 자치 플랫폼, 홈베이스 등 다양한 공간 혁신이 이뤄졌다. 층별 소규모 맞춤 학습실은 학력 디딤돌 프로그램이나 최소 성취 보장 예방 프로그램, 교과 연계 심화활동, 다문화 멘토링 등 맞춤이 필요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조성됐다. 칸막이 형태의 학습 공간이 존재하는 스터디 허브는 외부를 바라보며 학습할 수 있는 바 테이블, 소규모로 소통할 수 있는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해 학생들의 다양하고 주도적인 학습을 돕는다.

청란여자고등학교 내 학생자치 플랫폼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미디어 아트존은 미술 수업뿐 아니라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료 수납 공간과 플로터 프린터를 갖췄다. 옆 융합 프로젝트존과 공간의 통합 분리를 통해 용도 조절이 가능하고, 수요자 선택과목에 맞춰 교실 크기 변경도 할 수 있다. 학생 자치 플랫폼(동아리센터, 인사이트룸, 학생 자치실)은 학생회 학생들과 동아리 학생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과목간·활동간 융합을 위해 두 공간을 개방할 수 있게 했고, 부드러운 가구와 벽면 제습 장치도 갖췄다. 홈베이스 A·B·C는 건물 가운데를 중심으로 마련된 학년별 휴식공간이다. 3학년 학생들의 대입 면접 대비를 돕기 위한 거울 테이블이 설치됐고 개별 상담 공간도 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동아리 센터.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자고등학교 동아리 센터.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미래지향적 첨단교실을 구현한 에듀테크존은 일반적인 일자형 컴퓨터실에서 벗어나 육각형 테이블에 컴퓨터를 자동 시스템으로 제작, 문제 중심 학습과 프로젝트 학습, 개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코스 웨어·AI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학습 환경을 구축했고, 바닥 곳곳에 콘센트를 매립해 PC책상 이동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컨텐츠 제작실 및 방송실은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과 온라인 수업에 대비한 스튜디오로, 프롬프터 기계와 다수의 촬영 장비를 갖춰 학생들의 다양한 영상 매체 제작이 기대된다.

청란여자고등학교 스터디 허브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자고등학교 스터디 허브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융합 프로젝트존에선 학생 개별 노트북과 VR·AR기기를 활용한 교과 융합 수업을 할 수 있다. 수업량 유연화 수업에 적합한 교실로서, 주제를 융합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혜정 미래 도서관은 책만 읽는 조용한 기존 도서관 이미지를 벗어난 미래형 도서관이다. 도서 수업 연계와 효율적 모둠활동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가구와 전자칠판·전자 교탁을 구비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홈베이스 C의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자고등학교 홈베이스 C의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앞쪽 별관동 옥상은 본동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학생들이 데크에 눕거나 앉아 자유롭게 환경과 가까워지고 주변 생태공간 연계 활동도 할 수 있는 옥외 데크존으로 탈바꿈했다. 다양한 학습 결과물을 공유·발표·전시도 할 수 있다. J가든에는 기존 벽을 허물어 2층 테라스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만들었고, 데크를 설치해 실내로 자연 채광이 더 들어오도록 했다. 환기와 통풍을 고려한 폴딩 도어를 설치해 건강한 실내 환경을 유도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홈베이스 B의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전체 교무실 및 복도에는 실내 공기 질 확보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복도 공간에 냉난방 시설을 활용한 온도 조절도 가능해졌다. 1층 현관 입구에는 학교 마크와 함께 잔디, 강아지풀 등 자연과 어우러진 심볼을 게시해 자연 친화적 인식을 심었다. 현관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H라운지는 외부인과 학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학부모·주민 등 이용자가 카페, 대기 장소 등으로 복합 사용이 가능하다. 공용 공간이 통로나 단순한 기능뿐 아니라 또 다른 교육적 소통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게 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혜정 미래 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이처럼 청란여고에 학생 중심의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환경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해온 담당교사는 “외벽 색깔 선택부터 가구 선택에 이르기까지 의견을 수립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교육 공동체가 서로 양보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학교 측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가 학생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비했다”고 말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에듀테크존 전경.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고는 지난 7월 그린스마트스쿨 준공식 이후 학생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본격 개방했다.

학생들은 전체 와이파이 설치, 전자칠판과 태블릿 도입 등 학교 전체가 디지털화 돼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늘어났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 공간이 많이 생겨서 공부할 맛이 난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도서관이 예전과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어서 독서를 더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회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학교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산 위에 있는 학교라는 특징을 살린 공간 덕분에 사진 찍고 싶을 만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1학년 때 사용자 설계 수업에 참여한 한 3학년 학생은 “내가 참여해서 학교가 발전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완공된 모습을 보고 졸업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청란여자고등학교 옥외 데크존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청란여자고등학교 옥외 데크존 모습.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신계호 청란여고 교장은 “학생들이 완전히 새로워진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에 그동안 수고한 교직원들도 크게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하게 갖추었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 각자의 꿈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