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전국 교육청 9곳 "신중 기해야"

연합뉴스 2024-10-13 07:00:37

촉박한 일정에 현장 혼란 우려·구독료 자체 편성 어려움 등 토로

보수 성향 교육감 있는 5곳은 '찬성'…"2026학년도에 확대" 의견도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체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내년 3월 전면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9곳이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 교육청은 도입 일정이 촉박하고 제대로 된 교사 연수가 이뤄지지 못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효과성과 적정성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2025학년도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대한 교육감 입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17개 시도 교육청 중 9곳이 우려 섞인 견해를 내놨다.

인천, 대전, 광주, 울산, 세종시와 충남도,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 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으나 내년도 전면 도입에는 난색을 드러냈다.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체험

이들 9개 교육청은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지역이다.

세종시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검·인정 일정이 지연돼 학교의 선정 일정이 촉박하고, 교사의 낮은 인지도와 실물 활용 연수 기회 부족 등으로 전체 학교에 일괄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시범사업 형식으로 우선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전북도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도입 시기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디지털 과몰입이나 학생 건강에 대한 우려와 관련한 연구 결과 또는 안내자료를 공개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교육 현장에 혼란이 유발되지 않도록 서두르지 않고, 강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충남도교육청은 "교육부 방안대로 적용하되, 적용된 내용에 대한 검증과 효과성 검토를 태도로 교육청과 교육부가 충분히 협의한 후 2026학년도 이후 대상 교과, 학년 등 추진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이용료(구독료)를 보통 교부금으로 자체 편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교육부가 이용료를 지원해 각 시도 교육청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함께차담회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반면에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7개 교육청 중 대구, 강원, 충북, 경북, 제주 등 5곳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은 "2025학년도는 2022 개정교육과정,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등과 함께 공교육의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며 "학생들이 핵심 역량을 갖추고 성장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므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지했다.

대구시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개발·연수 등 단계별로 추진 중"이라며 "현시점에서 유보 또는 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습 콘텐츠의 다양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학년 및 교과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중 경기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부산은 "정책 도입에 대한 입장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각각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답변을 유보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초 5∼6학년과 중2, 2027년 중3 등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고 의원은 "각 광역단체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조차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교육부는 AI 교과서 졸속 도입을 멈추고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