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충만’ 임영웅-‘준비도 안된’ 운영진... 구름 관중 자선경기의 명과 암[초점]

스포츠한국 2024-10-13 06:00:00

[대전=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팬들과 축구를 향한 배려로 가득했던 임영웅의 행동은 그의 자선 축구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중들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하지만 경기 주최 측과 운영진의 부실한 준비는 관중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안겼다.

팬들은 돈을 주고 구매한 테이블석에서 의자를 찾을 수 없어 취재석에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팬들은 돈을 주고 구매한 테이블석에서 의자를 찾을 수 없어 취재석에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임영웅이 이끄는 팀 히어로는 12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하나은행 자선축구대회'에서 팀 기성용에 3-4로 패했다.

임영웅은 이날 경기에서 팀 히어로의 주장으로 선발 출전해 도움 1개를 기록하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킥오프 시간이 임박하자 약 4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의 하늘색 옷을 입은 팬들로 가득 들어찼다. 최종 집계된 공식 관중 수는 3만5034명. K리그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관중 동원이었다.

임영웅은 이날 뛰어난 축구 실력을 보여준 것에 더해, 댄서들과 함께 축구화를 신고 하프타임 공연을 펼치며 잔디를 보호하는 '개념 축구인'의 모습을 보였다. 임영웅 본인의 팬들은 물론 축구 팬들에게도 사랑 받을 만한 행동.

임영웅은 지난해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K리그 경기에서도 시축 후 하프타임 공연을 진행했고, 4만5000명의 관중이 운집했던 당시에도 댄서들과 함께 축구화를 신고 춤을 췄다. 평소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만큼 몸에 밴 배려를 보였던 임영웅은 1년 뒤에도 여전히 변치 않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경기장 잔디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구화를 신고 하프타임 공연을 펼치는 임영웅과 댄서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경기장 잔디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구화를 신고 하프타임 공연을 펼치는 임영웅과 댄서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너무나도 완벽했던 임영웅의 행동과 엄청난 관중 동원력, 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팬들 덕에 이날 자선 경기에는 아름다운 광경만 남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꾸린 주최 측과 운영진의 준비 소홀이 팬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의미 있는 경기에 먹칠을 했다.

스포츠한국 취재진이 자선 경기 취재를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 4층에 위치한 취재석에 도착했을 때, 현장에 있던 안전 요원이 황당한 말을 전해왔다. 주최 측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사용하던 기존 취재석까지 관중에게 판매해 취재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

우선 이는 자선 경기 취재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전 요원의 오해였다. 임영웅 자선 경기 미디어 운영을 담당하는 팀트웰브 관계자의 도움으로 기존 취재석 일부분에 마련된 이날의 특수 취재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렵사리 찾은 취재석에는 의자 없이 테이블만 덩그러니 있었다. 안내를 받은 입장에서 황당한 상황.

사연은 이랬다. 주최 측에서 기존 대전 구단의 취재석 일부를 이날 관중을 위한 테이블석으로 전환해 판매했는데, 해당 좌석을 안내 받은 관중들이 의자 없이 테이블만 있는 자신들의 자리를 보고 궁여지책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취재석에서 의자를 가져와 사용한 것. 결국 경기 시작 약 10분 전에야 급히 취재석에 의자가 마련됐다. 취재진은 물론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온 팬들까지 불편을 감수했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경기 주최 측 및 운영진의 준비 소홀'이라고 볼 수 있다. 임영웅 자선 축구경기에 책정된 테이블석 가격은 13만원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각 지역에서 대전까지 먼 걸음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있어야할 의자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것. 경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 팬들이 경기장에서 당연히 받아야할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의자를 지급 받지 못한 팬들은 경기 중에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취재석에서 남는 의자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주최 측이 돈은 돈대로 받고, 팬들의 기본적 권리는 살피지 않았다.

3만5000명의 관중 동원력에 비해 아쉬웠던 임영웅 자선 축구경기의 관중석 운영.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3만5000명의 관중 동원력에 비해 아쉬웠던 임영웅 자선 축구경기의 관중석 운영.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또한 취재석과 관중석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그저 빈 옆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를 먼저 쓴 것이다. 주최 측에서 애초에 용도에 따른 경기장 구역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팬들이 취재석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쿠팡플레이와 팀트웰브는 그동안 토트넘 방한 경기 등 굵직한 축구 행사를 여럿 주최하고 운영해왔던 주체인데, 이번 자선 경기에서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구름 관중이 몰린 슈퍼스타의 자선 축구경기. 하지만 일부 팬들은 먼 걸음을 하고도 주최 측의 소홀한 관리 속에서 불편과 싸워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