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한 민들레, 개인정보법 위반"

연합뉴스 2024-10-13 06:00:04

삭제 요청 유족에 신분증 사본 요구…개인정보위, 과태료 300만원 부과

민들레 "이의 제기 힘들지만, 결정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기억과 안전의 길' 에 설치된 6차 추모 작품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과태료 300만원을 물게 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 7월 24일 제2소위원회를 열어 민들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2022년 11월 개인정보위는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한 민들레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당시 민들레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의 일부 명단을 수집·공개하고, 이를 삭제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에 '희생자와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 사본을 요구했다.

신분증 사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가림 처리 등 비식별화 조치의 시행 여부를 별도로 안내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다만 실명 확인 후에 수집된 개인정보는 파기했으며, 최초로 공개한 명단에서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에서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허용한 경우 ▲ 정보주체나 제삼자의 생명이나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개인정보위가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개인정보위는 민들레가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을 수집한 것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의결 내용과 회의록을 최근까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위 결정에 대해 민들레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정부가) 내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에 착수한 지 1년 8개월이 지나서야 처분이 내려진 것을 두고서는 "이 사안이 이렇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었는지 모르겠다"며 "개인정보위가 외부적인 이유나 복합적인 판단까지 같이 고려했기에 그렇게 오래 걸렸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중요도가 높은 안건은 전체회의로 올려 처리하고, 그중 사안에 따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며 "소위원회의 회의록은 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한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알리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