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에 핏덩이 넣고 급히 떠난 비정한 20대…방임 유죄

연합뉴스 2024-10-13 00:00:43

법원, 징역 8개월에 집유 2년…상담받았다면 형사처벌 면할 수도

생년월일 쪽지와 함께 박스에 담긴 신생아 올해만 47명…14년간 2천167명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베이비박스(위기영아보호 상담지원센터)에 갓 출산한 신생아를 맡기면서 아무런 상담도 없이 홀연히 떠나버린 비정한 20대 미혼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베이비박스

신생아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상담 등 최소한의 조처를 했다면 형사 책임을 덜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여서 법원은 아동·방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27·여)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일 오전 1시 30분께 서울시 관악구의 한 베이비박스 안에 자신이 전날 출산한 아들을 생년월일 등을 적은 쪽지와 함께 놓아둔 채 방치해 아동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A씨는 경제적으로 출산한 아기를 양육하기 어렵고 친부에게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후 하루도 안 된 아들을 유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녀이자 신생아인 아동을 적법한 입양 절차 등을 따르지 않고 유기해 그 죄책이 크다"며 "다만 초범이고 피해 아동이 현재 정상적인 입양 절차를 밟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서 관리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신생아는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47명이다.

베이비박스가 본격 도입·시행된 2010년 이후 14년간 이렇게 보호된 아기 수는 2천167명에 달한다.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이 중 A씨의 사례와 같이 신생아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곧바로 떠나버려 아동을 유기한 혐의로 형사처벌 받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96∼97%는 아이가 맡겨지는 상황을 관계기관이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벨을 눌러 상담받고 맡긴다. 최소한의 입양 절차이자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도리인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3∼4%는 말 그대로 홀연히 떠나버려 자칫 신생아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고 관계기관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 한 관계자는 "베이비박스에 맡기더라도 즉시 인지를 하지 못하면 신생아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신분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하는 만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상담받아달라"고 당부했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