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아군 최신 '비밀병기' 손수 떨군 러시아, 이유는?

연합뉴스 2024-10-13 00:00:42

"20t 스텔스 드론, 시험 중 통제 잃자 격추하기로 결정한 듯"

우크라이나 동부에 추락한 S-70으로 추정되는 항공기의 잔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의 최신 스텔스 무인기(드론) 'S-70 아호트니크'(Okhotnik)로 보이는 비행체가 아군에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미국 군사전문매체 TWZ 워존 등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시(市) 인근에서 발생했다.

두 줄기 비행운(항공기가 날면서 생기는 가늘고 긴 꼬리 모양 구름)이 푸른 하늘을 나란히 가르던 중 한쪽에서 발사된 단거리 대공 미사일에 앞서가던 비행기가 맞아 떨어졌다.

미사일은 러시아군이 최근에야 실전 배치한 차세대 전투기 수호이(Su)-57에서 발사됐고, 격추된 건 올해 양산을 앞둔 S-70으로 파악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

러시아군이 자국의 비밀병기인 S-70을 제손으로 떨어뜨린 이유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격추 지점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대치 중인 최전선에서 약 20㎞ 떨어진 곳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전파교란이나 고장 등으로 조종이 불가능해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BBC는 "러시아군 비행기(Su-57)가 경로를 벗어난 드론과의 접속을 복구하려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고, 결국 적(우크라이나)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추락한 S-70 추정 항공기의 잔해를 살피는 우크라이나군

무게가 20t이 넘는 대형 드론인 S-70은 Su-57과 편대를 이룬 채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체로 알려졌다.

공대지, 공대공 공격이 모두 가능한데다 항속거리가 6천㎞에 이르는 이 무기는 현재로선 시제기 4기만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측이 S-70을 처음으로 전투상황에 투입해 시험하려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S-70이 추락한 지점에선 러시아제 D-30 활공폭탄의 잔해가 함께 발견됐다. S-70이 격추될 당시 무장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측은 회수한 잔해를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서방과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항공 전문가 아나톨리 크라프친스키는 "목표물을 찾기 위한 레이더를 자체적으로 탑재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전에 설정되거나 프로그램된 대로 공격을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추락현장에서 찍힌 사진만 봐도 엔진 노즐이 둥근 형상이고 온통 리벳(머리부분이 둥글고 두툼한 버섯 모양의 굵은 못)이 튀어나와 있어 스텔스 성능이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막대한 인적자원과 재래식 무기에만 의존한 채 멈춰있는 게 아니란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들은 이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새롭고 더 영리한 수단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늘은 실패한 것이 다음에는 성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