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英스타머 "궂은날도 있어…밀고 나갈 것"

연합뉴스 2024-10-12 20:00:31

선물·인사 스캔들에도 "잘하고 있어" 자평

차입 늘려 공공투자 확대 관측 속 "병원·학교에 투자할것"

스타머 총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취임 100일을 맞아 급격히 싸늘해진 여론[https://www.yna.co.kr/view/AKR20241012001200085]에 직면한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계획대로 국정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100일째인 12일(현지시간) 오전 BBC 뉴스캐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7월 5일 취임 이후 '궂은날'(choppy days)을 겪었다고 언급했다.

어떤 어려움인지 질문엔 "기부에 대한 것이나 인사 이슈 등"이라고 답했다.

스타머 정부는 취임 이후 총리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큰손 기부자나 기업으로부터 의류, 관람권, 숙박 등을 제공받았다는 스캔들에 휩싸였고, '문고리 권력' 논란이 벌어진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을 물갈이했다.

최근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스타머 총리 호감도는 26%로 비호감도 52%의 절반에 그쳤고, 유고브 조사에선 새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8%에 그쳤다.

주요 외신과 정치 전문가들도 '험난한 100일', '비틀거린 첫발' 등의 표현을 쓰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정부를 꾸리다 보면 비판받기 마련이라며 "첫 100일간 우리가 바라는 걸 이뤘는지, 하려던 걸 해냈는지 자문한다면 답은 예(yes)"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개선을 위한 10년 장기 계획 추진, 청정에너지 공기업 GB에너지 설립, 풍력발전 규제 폐기, 고용노동법 개편 추진 등을 예로 들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도 "늘 옆바람을 맞기 마련이지만, 가던 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국정 운영 방향을 이어갈 것이라고 시사했다.

세간의 이목은 스타머 정부가 공공 재정 압박 속에 이달 말 내놓을 예산안에 쏠려 있다.

스타머 총리는 가디언에 "투자하고 짓는 것은 상식"이라며 주택 건설과 교통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한 "학교가 흔들리면 아이들이 필요한 걸 어떻게 배우겠느냐. NHS는 병원과 기술 투자 부족으로 환자 대기가 지붕을 뚫을 정도"라면서 의료와 교육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한 고위 소식통도 가디언에 자본 투자는 학교와 병원의 노후 시설 개선과 시스템 향상, 철도·도로 및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스타머 정부가 공공 부채 증가에도 재정 준칙 변경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위한 차입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가디언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재정 준칙 변경을 통해 수십억 파운드 추가 차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재정 준칙에서 공공부채의 정의를 바꾸면 공공 부문의 차입 여력이 500억 파운드(88조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