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반대' 日단체 노벨상에도 이시바 "현실적 대응해야"

연합뉴스 2024-10-12 20:00:31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2일 핵무기 반대 운동으로 올해 노벨상을 받게 된 자국의 피폭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에 핵무기 완전 금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다나카 데루미(92)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핵 근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대표위원은 이시바 총리가 평소 미국과의 핵 공유 검토 필요성 등을 말해온 점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하에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1956년 결성된 일본 내 피폭자 전국조직인 니혼히단쿄는 68년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운동을 펼쳐왔으며 특히 국제 서명 운동을 통해 유엔 핵무기 금지조약(TPNW)의 채택과 발효를 뒷받침해왔다.

TPNW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 개발, 생산, 비축, 사용, 사용 위협 등의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약으로, 2017년 유엔에서 채택됐으며 비준국이 50개국을 넘으면서 2021년 1월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들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주최 여야 대표 토론회에서도 TPNW 옵서버 참여 의향을 질문받자 "핵금지가 됐을 때 여기저기서 분쟁이 빈발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핵무기뿐만 아니라 전쟁 없는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어려운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으며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때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핵 공유 논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핵 공유는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의미로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