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퀸' 이세영 "10년 뒤엔 더 의연한 배우 되고 싶어요"[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0-12 07:00:00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배우 이세영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심금을 울리는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여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 드라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배우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의 만남만으로 큰 화제를 모은바 있는 이 작품은 촬영 역시 양국에서 진행되어 작품의 감상을 한껏 다채롭게 꾸몄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세영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이날 이세영은 진심이 가득담긴 눈으로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감을 말함과 동시에 향후 자신의 연기 방향에 대해 진중한 생각을 밝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적 같은 작품이에요. 큰 문제없이 단 하루도 촬영이 딜레이 되지 않고, 제날짜에 촬영이 끝났어요. 이것은 기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이런 현장이 있을 수 있어?'라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어요. 어떻게 보면 '기적은 우리 눈앞에 펼쳐진 작은 일상에도 있는 게 아닌가. 더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세영은 이번 작품에서 일본어로 대사 하며 상대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를 위해 이세영은 작품 촬영 전부터 연기 연습과 함께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전작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촬영 끝나고부터 준비를 했어요. 해당 드라마 종료 후 다음 날부터 일본어 수업을 매일 받았죠. 대사 위주로 공부했고, 대본에 있는 대사들을 따로 외우지 않아도 나올 만큼 준비했죠. 사실 표정이나 리액션을 생각한 후에 대사를 해야 하는데 특정 단어를 읽고 리액션 하는 것이 있으니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잘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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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은 극 중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언어 장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세영과 켄타로는 짧은 각국의 언어로 소통하며 서로 연기적으로 의지하고 응원했다. 이를 통해 이세영과 켄타로는 독보적인 멜로 케미를 선사하게 됐다.

“켄타로와 연기 호흡도 잘 맞고, 짧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농담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눴어요. 그래서 서로의 언어를 잘 했더라면 분위기가 더 시끌벅적 했겠다 싶어요. (웃음) 켄타로는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맑은 사람이에요. 현장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주고, 유쾌하고, 집중력도 좋았죠. 켄타로 배우를 당연히 신뢰하고 있었지만 같이 연기하면서 더 기대하고 의지하게 됐어요. 서로 각자 따로 촬영을 할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 달라’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들어와 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축구에서 동료가 골 넣으면 예뻐 보인다는데, 저도 켄타로가 그랬어요.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죠. 켄타로만 믿고 연기한 것 같아요.”

이세영은 이번 작품에서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겪는 홍 역을 맡아 한층 더 성숙하고 감성적인 연기를 선사한다. 이세영은 사랑의 기쁨, 상실감, 등 디테일한 감정을 자신만의 연기력으로 표현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최대한 표현을 덜어내려고 했어요.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늘 많이 표현하고, 드러내고 친절하게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낯선 방식으로 하게 된 거죠. 감독님이 신마다 별도의 요구를 할 때도 있으셨고, 대본을 그대로 따라가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했는데 다르게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못되게 말할 것 같았는데 슬프게 말하는 부분도 있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죠. 원래 같으면 대본대로 하는데 그냥 해봤어요.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돼서 좋았죠.”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약 2개월간 양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이세영은 스텝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어쩌면 저한테 소중한 사람이 가족 다음으로 스텝들인 것 같아요. 사실 가족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월등히 길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촬영할 때 현장 분위기는 마치 ‘첫사랑’ 같은 분위기였어요. 가족, 반려동물 다 한국에 두고 두 달 동안 일본 시골 숙소에서 살면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이것은 엄청난 애정이 필수로 있어야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디렉팅을 줬을 때, 놓치는 사람도 없고, 놓치더라도 뒤에서 서로 백업을 해주니까 든든하더라고요. 일단 일에 대한 열정도 너무 좋았고, 사람도 좋다 보니 너무 감사했죠. 이런 현장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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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로케이션, 섬세한 캐릭터 연기, 외국어 구사 등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게 된 이세영은 이를 통해 본인의 삶과 더불어 연기 인생에서도 한 층 더 성숙하고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순수성에 대해서 깨달았어요. ‘편견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외국어로 연기하는 것도 안 될 것 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냥 해보게 됐어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하면서 발전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순수하게 도전하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는 아직 어리고, 아직 못 해본 것이 많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난 1997년 SBS 드라마 ‘형제의 강’으로 데뷔를 한 이세영은 현재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아직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많다고 한 이세영은 향후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빌런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같아요. 역동적이면서도 재밌는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미국 드라마 중에 ‘히어로즈’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안에서 사이먼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그런 빌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 인물은 목적이 뚜렷하고 그것으로 인해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되는 듯 해 보이거든요. 다음에는 그런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뒤 이세영의 모습을 어떨까.

“지금보다 더, 대단히 큰일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의연하고, 사소한 행복에도 크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많은 것을 잃어버려도 개의치 않고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많이 갖고 있으면 무서워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것들을 안 무서워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강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