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이닝 무실점… 에르난데스-손주영 불펜 전환, '신의 한 수'였다[준PO 리뷰]

스포츠한국 2024-10-12 05:30:00

[잠실=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불펜에서 믿을 투수가 없었다. 하지만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불펜에 선발투수 2명을 투입하며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손주영은 완벽한 투구로 염경엽 감독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LG는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5전3선승제) 5차전 kt wiz와의 홈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준PO 전적 3승2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연합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연합뉴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임찬규였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시속 140km 중반대 패스트볼과 주무기 체인지업, 뚝 떨어지는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적재적소에 섞으며 kt wiz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봉쇄했다.

준PO 2차전에서도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를 챙겼던 임찬규는 이번 준PO 무대에서만 2승을 올렸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기자단 투표 총 64표 중 34표를 받으며 준PO MVP를 차지했다.

그런데 준PO MVP 투표에서 임찬규에 이어 가장 많이 표를 받은 선수는 에르난데스였다. 총 19표를 얻었다. 준PO 무대에서 불펜투수로 변신한 에르난데스는 필승조와 마무리투수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준PO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1이닝 동안 무실점 1홀드 2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사실 올 시즌 무너진 불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셋업맨 김진성, 마무리투수 유영찬 외에 믿을 수 있는 필승조가 없었다. 여러 투수들을 실험했으나 부진과 부상이 속출했다. 고우석의 미국행, 이정용의 군복무, 함덕주의 부상 등이 LG 불펜진의 약화를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기에 접어들자 유영찬과 김진성까지 부진에 빠졌다. 유영찬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5.09, 김진성은 4.60이었다. 더불어 유영찬은 준PO 무대를 앞두고 부친상을 겪었다. 이로 인해 1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진성은 감기에 걸렸다. 불펜진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손주영. ⓒ연합뉴스 손주영. ⓒ연합뉴스

에르난데스의 호투는 이처럼 LG 불펜진이 절박한 상황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1점차 상황에서 2차례, 동점인 순간에 1차례 등판했다. 멀티이닝도 3번이나 소화했다. 그럼에도 단 1실점도 기록하지 않았다. LG는 에르난데스의 무실점 투구로 불펜의 약점을 강점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손주영의 활약도 돋보였다. 에르난데스가 5경기에 모두 출전해 꾸준히 LG의 뒷문을 책임졌다면, 손주영은 승부처였던 3차전과 5차전을 지배했다. 손주영은 준PO 3차전 최원태의 뒤를 이어 2번째 투수로 나서 5.1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이어 5차전에서는 7회초 무사 1,2루에서 나와 승계주자 1명만 들여보내는 짠물 피칭을 보여줬다.

기세를 탄 손주영은 8회초까지 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준PO 2경기에 롱릴리프와 셋업맨으로 출전하며 7.1이닝 무실점. 피안타는 2개 뿐이었고 삼진은 11개나 잡았다. LG는 손주영과 에르난데스의 활약을 앞세워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준PO를 앞두고 선발투수 2명을 불펜투수로 돌리는 선택을 한 염경엽 감독.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지만 적재적소에 손주영과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잡았다. 준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끈 염경엽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 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