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법 '근로자 권리 확대' 대폭 개편 추진

연합뉴스 2024-10-12 02:00:39

키어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근로자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편을 추진한다. 친노동·친기업을 모두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양측 모두에서 불만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고용과 노동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인 고용권리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는 "시행되면 한 세대 만에 법이 가장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근로자는 출근 첫날부터 병가나 출산휴가를 쓸 수 있고 고용주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근로자의 유연 근로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

최소 근로 시간을 설정하지 않아 노동 착취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제로아워 계약'이나 고용주에게 유리한 계약을 위한 '해고 후 재고용' 관행이 금지된다.

노동계에서는 당초 노동당이 7월 총선 공약보다 노동자 보호가 완화했다고 비판했고 기업들은 여전히 우려할 부분이 많다는 시각이다.

법안에 따르면 제로 아워 계약이 금지되나 근로자가 원하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한 계약이 가능하며 해고 후 재고용 금지 조항에도 회사에 대안이 없는 경우엔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기업들은 근로자가 근무 첫날부터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해고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우려했다. 현재는 고용 후 2년 뒤부터 부당 해고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는데 정부의 개정안은 이 조건을 삭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해고할 때 '가벼운 절차'만 밟으면 되는 유예 기간을 9개월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번 법안은 중요한 세부사항 상당 부분을 추후 협의로 넘긴 탓에 논란거리를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다가 제출한 이번 법안에 담긴 개편안 대부분이 일러야 2026년에 시행된다고 해명했다.

한 재계 단체는 BBC에 정부와 개편안을 놓고 협의하는 동안 기업 측 의견을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