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 단식에도 정원박람회 중단 불가피…시의회서 전액 삭감

연합뉴스 2024-10-12 02:00:28

민주당 의원 13명 예산 삭감 찬성…국민의힘 의원 7명은 반대

최민호 단식 6일째 오후 병원행…"한 단계 도약할 동력 잃게 돼"

최민호 세종시장 단식 중단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이 공약 사업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지만, 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종시의회는 11일 오후 제9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상임위에 이어 예결특위가 전액 삭감한 박람회와 축제 예산을 담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3표, 반대 7표로 가결했다.

예산 삭감을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했다.

세종시의회는 민주당 13석·국민의힘 7석이고, 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하균 행정부시장은 본회의 의결 직후 최 시장을 대신해 "시장이 박람회와 축제 예산 통과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곡기를 끊고 단식했음에도 추경안이 전액 삭감된 것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의회의 전액 삭감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함과 무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당초 시가 제출한 추경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으나 이현정 예결위원장이 본회의 기명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표결이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오는 14일부터 시의 4차 추경 시스템 입력이 시작되는 만큼 하루빨리 (3차 추경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행정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본회의 기명투표로 시민의 뜻을 받들 것을 제안하고, 시민은 의회 표결에 대해 투표로 답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를 추진하려면 늦어도 이날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돼야 한다며 지난 6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던 최 시장은 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 의결 전인 오후 3시 15분께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시청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6일째다.

세종시의회 갈등이 삭발식으로

최 시장은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시정 업무를 봐야 하는 사람으로, 더 이상 제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주 회복되는 대로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에 입원해 예산 전액 삭감 소식을 접한 최 시장은 보도자료로 입장을 대신했다.

최 시장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예산안 전액 삭감으로 조직과 국비를 승인해준 중앙정부, 업무협약을 맺은 국제기구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안에 반영된 사업비 77억원도 받을 수 없게 됐고, 박람회를 준비한 화훼농가와 행사를 준비한 공무원의 좌절감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세종시는 한 단계 도약할 기회와 자족 기능을 확충할 수 있는 발전 동력을 잃게 됐고, 시의 미래에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시장으로서 너무나 안타깝다"면서도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세종시의 발전 방향을 다시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시장은 병원에서 휴식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세종의 지방자치가 무너졌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들은 발표문에서 "다른 지자체는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힘쓰는 국제 행사, 정부와 전문가가 인정한 국제행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횡포로, 세종시의 미래는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업 중단으로 발생할 모든 문제는 일방적인 결정을 한 민주당에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세종의 지방자치가 무너진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도 논평을 통해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시의회가 자당의 이익만을 챙기며, 시장이 당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정을 방해하는 천박한 처신을 서슴지 않았다"며 "세종시의회는 죽었다. 더 이상 세종의 역사를 더럽히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이·통장연합회 세종시지부도 성명을 통해 "박람회와 축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