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기타플레이어’ 폐간…세계 최초 기타 전문지

스포츠한국 2024-10-11 18:22:44
사진='기타플레이어' 웹사이트 사진='기타플레이어' 웹사이트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세계적인 기타 전문 월간지 ‘기타플레이어’가 폐간된다.

‘기타플레이어’는 오는 12월호를 끝으로 오프라인 매거진 발행을 중단한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온라인 매거진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다.

‘기타플레이어’는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창간한 세계 최초의 기타 전문지다. 뒤를 이어 1969년 일본의 대형 출판사 신코뮤직이 ‘영 기타(Young Guitar)’를 창간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 기타 전문지란 기록을 세웠다.

‘기타 플레이어’는 57년 역사를 마감하는 12월호 표지로 지미 페이지를 내세웠다. 지미 헨드릭스(창간호 표지)로 시작해 지미 페이지로 막을 내리는 구도다. 정말로 ‘뜬금없는’ 지미 페이지의 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57년 역사에 걸쳐 트렌드에 전혀 게의치 않는 ‘기타 플레이어’의 편집 방향이 종간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창립자 버드 이스트먼(Bud Eastman)은 ‘기타 플레이어’ 외에 ‘베이스 플레이어’, ‘프렛 앤 키보드’ 등의 전문지도 창간했고 레코드와 비디오 출시는 물론 단행본(교본)까지 출판했다. ‘기타플레이어’의 성공으로 ‘기타월드’ 등 자매지로 기타 매거진 사업을 넓혀갔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며 판매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광고주도 하나둘 사라지며 책은 더욱 얇아져 갔다.

‘기타플레이어’와 ‘기타월드’는 이후 영국의 ‘퓨처 PLC’란 기업에 매각됐다.

‘퓨처 PLC’는 1985년 크리스 앤더슨이 영국에서 설립한 멀티미디어 기업이다. 직원 규모 3000명의 ‘퓨처 PLC’는 비디오 게임, 기술, 영화, 음악, 사진, 가정 및 지식과 같은 분야의 잡지, 뉴스레터, 웹사이트 및 이벤트에 걸쳐 22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됐고, FTSE 250지수에도 편입돼 있다.

파키스탄 출신의 창업자 크리스 앤더슨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물리학 및 철학, 정치, 경제학을 전공한 신문과 라디오 출신 언론인이다. 이후 영국의 PC매거진 편집자로 방향을 바꾸었고 향후 인터넷(IT)이 대세가 될 거로 확신하고 1년 후 2만5000달러 은행 대출로 ‘퓨처 PLC’의 전신인 ‘퓨처 퍼블리싱’을 설립했다.

처음엔 전문 컴퓨터 출판물에 중점을 두다가 자전거, 음악, 비디오게임, 기술 및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했고 7년 동안 매년 규모가 두 배로 성장했다. 크리스 앤더슨은 1994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99년 ‘Future US’라는 이름으로 런던에서 통합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기타플레이어’와 ‘기타월드’, ‘리볼버’ 등 기타‧음악 전문지 등을 포함해 바이크와 노트북 분야, 그리고 ‘마리끌레르’ 등등 많은 유명 매거진 인수합병 및 창간으로 150개의 잡지와 웹사이트를 발행할 만큼 사세가 확장됐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2022년 9월 “퓨처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디지털 미디어 회사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퓨처 PLC’는 요 몇 년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2022년 매출은 1조4530억(8억2500만 파운드) 영업이익 4773억(2억7100만 파운드)였고, 2023년은 매출 1조 3897억(7억8890만 파운드) 영업이익 3073억(1억7450만 파운드)다.

‘퓨처 PLC’는 위의 기타 전문지들을 인수한 후 다른 기업에 매각했다가 다시 인수했다.

여러 차례 편집 방향을 바꾸며 오늘날의 일렉기타 전문지가 된 ‘영기타’와는 달리 ‘기타플레이어’는 처음부터 기타리스트를 위한, 특히 미국의 기타플레이어에 비중을 둔 편집노선으로 연주분석, 레슨, 악보 등 전문적 영역을 쌓아갔다.

67년 지미 헨드릭스를 표지로 한 창간호부터 ‘기타플레이어’의 위상은 막강했다. 자체 전문위원-편집부 모두가 플레이어 출신-과 애독자와 함께 매년 선정하는 장르별 베스트 플레이어는 기타리스트와 기타 음악의 표준으로 자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물론 빌보드, 엠넷 등등 여러 세계적인 어워드와 미디어는 기타리스트를 소개할 때 ‘기타플레이어 선정 베스트 컨트리 기타리스트’ ‘기타플레이어 선정 베스트 록 기타리스트’ 등의 수식어를 앞에 붙일 정도였다.

80년 창간한 ‘기타월드’는 미국 편중의 ‘기타플레이어’와 달리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명 연주자들도 폭넓게 다루며 팬층을 끌어모았다. 처음부터 책등(세네카)이 있는 ‘떡제본’ 제작의 ‘기타플레이어’와는 달리 ‘기타월드’는 중철 제작으로 차별화했고, 화제가 되는 기타리스트의 악보를 TAB 형태로 게재해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게 했다. 중철이라 악보를 쉽게 뜯을 수 있게 했다.

‘기타플레이어’와 ‘기타월드’가 미국의 잡지였던 반면 84년 창간한 ‘더 기타리스트’는 영국의 기타 전문지다. 드디어 영국이 늦게나마 기타 매거진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86년엔 ‘빈티지 기타 매거진’이 창간됐고 이어 여러 기타 전문지가 출현했다.

80년대 초부터 이 모든 기타 전문지를 사 모으며 이번 달은 각 매거진이 어느 쪽에 편집 비중을 뒀고 또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등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영 기타’다. 따끈따끈한 사진과 많은 분량의 유명 기타리스트 인터뷰가 실렸음에도 내용을 보면 결국 일본인 특유의 감탄으로 시작해 감탄으로 끝나는 구성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던 당시로선 ‘영 기타’가 제공하는 해당 플레이어의 바이오그래피 등은 매우 유용했다. 이런 부분은 구미권의 기타 전문지에선 보기 힘든 아기자기함이다. 일본의 메틀 전문지 ‘번’이 그런 것처럼.

‘기타플레이어’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도 크다. 일단 정보 면에서 가장 느리고 창간 이래 지금까지 ‘미국 기타리스트 퍼스트’란 편견을 버리지 않았다. 위대한 기타리스트 반 헤일런에 이어 제프 벡 타계를 비롯해 각종 기타사의 이슈가 나올 때도 온라인에 가장 늦게 기사를 올린 게 ‘기타플레이어’다. 늦은 만큼 기사 퀄리티가 좋았던 것도 아니다. 이외에 악기 장비사끼리 MOU 또는 새로운 프로젝트 준비 등 기기 전반에 대한 소식도 제일 늦게 기사로 처리했다. 이와 달리 자매지 ‘기타월드’는 온라인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

트렌드를 전혀 신경쓰지 않던 ‘기타플레이어’가 속주기타가 유행하던 80년대에 마이크 바니의 ‘스포트라이트’ 칼럼으로 이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한 건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 울프 마샬, 쳇 톰슨 등 유명 기타 평론가들이 이 매거진에 기고했고, 스티브 바이도 한때 악보 채보 아르바이트로 활동했다.

근래 ‘기타플레이어’를 피지컬로 접할 때마다 분량이 너무 얇아지고 있어 걱정이 됐다. ‘기타 플레이어’ 폐간에 이어, 또 다른 기타 전문지 폐간 뉴스가 언제 나올지 모를 일이다.

온라인에선 결코 접할 수 없는 종이 매체만의 매력 특장점을 가진 콘텐츠를 고민하지 않으면 이제 어느 분야에서도 오프라인 전문지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없다.

학생 때부터 수십 년 넘게 함께한 추억 하나가 사라지고 있어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 코너에서 기억을 더듬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