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올리기 경쟁 사실상 종료…14일 승패 윤곽(종합)

연합뉴스 2024-10-11 17:00:17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7.2% 인상…고려아연 89만원 vs 영풍·MBK 83만원

최윤범 회장측 "가격·물량 모두 우세" vs 영풍·MBK "중대한 부정적 영향"

입장 밝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010130] 최윤범 회장 측이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가인 83만원보다 7.2% 높은 금액을 다시 제시했다. 이번 경영권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포석이다.

이에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 회사 재무구조 등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평가 절하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오는 14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신고서·설명서 정정 공시를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최대 매수 예정 수량을 기존 18.0%에서 20.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83만원)과 동일했다.

가격이 같을 경우 공개매수 기간 및 세금 문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등 측면에서 고려아연이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만큼 최 회장 측의 가격 인상 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자회견 연 영풍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14일에 먼저 종료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에 먼저 청약한 뒤 남은 물량을 최 회장 측에 응모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연간 금융소득 2천만원 초과 투자자에게 자사주 공개매수는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세율 22∼27.5%)가 아닌 배당소득세(최고 49.5%)가 부과되고, 해외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10∼2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또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이 남아있는 것도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주주들에겐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자사주 매입 가격 인상으로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판단한다.

물량과 가격 면에서 영풍·MBK 연합보다 유리한 조건을 최종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매수가 인상 공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유통 물량 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가 이전 가격보다 7.2% 높지만, 66만원→75만원(13.7%), 75만원→83만원(10.6%)으로 공개매수가가 오를 때마다 10%대 상향 조정이 이뤄졌던 점에 비춰보면 인상 폭이 가장 작다는 평가도 나왔다.

발언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는 금융 당국이 이번 매수 경쟁의 과열을 경고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영풍·MBK 연합이 '매수가 추가 인상은 없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다시 큰 폭으로 매수가를 올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카드라는 것이다. 이에 앞자리를 바꾸지 않는 수준으로 80만원대에서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입장문에서 "금일 의결 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고려아연의 매수가 인상에 대해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당 83만원 이상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사주 매수가 인상 폭이 최 회장 측에 불리할 것으로 해석되는 변수들을 한 번에 씻어낼 수 있을 정도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최대한의 자금력을 동원해 최대한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투자자를 확 끌어들이기엔 어려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매수가를 더 올릴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감독 당국 등의 우려가 있어 과열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설명한다.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우군인 베인캐피털의 공개매수 자금은 가격 인상·물량 확대로 인해 기존 약 3조955억원에서 3조6천885억원으로 약 20%(5천930억원) 늘었다.

이 중 고려아연의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통한 차입금이 5천억원 늘어나 공개매수자금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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