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내수 회복에 무게 둔 '기준금리 인하' 결정

스포츠한국 2024-10-11 16:44:19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위험보다 침체된 내수를 살리는데 중점을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는 분기당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약 6조원 경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한국은행 “인플레이션 둔화, 내수 회복세 더뎌 긴축 정책 축소”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연 2.00%에서 연 1.75%로 즉시 인하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문(이하 통방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은 다소 높아졌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 추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하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명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을 단행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시장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었으나,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과열이 우려되면서 금리 인하를 11월로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결과적으로 한국은행은 리스크 관리보다는 경기 부양에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되면서 침체 국면에 들어선 내수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해 (금통위 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25%선의 금리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이번 금리 인하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지정학적 상황 등 경제 여건을 확인하면서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명의 소수 의견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고 있고, 추가 정책도 예고되면서 내수 하방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와 관련한 금융안정성에 대해서는 “주담대는 이전 2~3개월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후행되는 특징이 있다”며 “주택 거래량을 보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효과를 봐야하는 시기도 있으나, 금리 인하 정책 또한 향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9월 수치로 금융안정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책 진행 과정에서의 금융안정 상황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의지가 강하고 필요시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있다”면서 “우리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금융안정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 금융시장 “내년 1분기 추가 인하 예상, 분기당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하 전망”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통화 긴축 시대가 끝난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금리 인하 속도는 매우 더디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의 차기 관심사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시기”라며 “다만 당장 11월 연속 인하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부동산 및 가계대출에 대한 한국은행의 불안감이 여전했다”면서 “통방문 내 정책운용 파트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및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다’라는 문구 삽입을 통해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감을 낮추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자회견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매파적 인하의 뉘앙스가 우세했다”며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통화정책 방향) 전망의 경우 5명의 금통위원이 동결, 1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의견을 개진했다”며 “물론 3개월 조건부 의견이기 때문에 국내 지표나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문이나, 큰 이변이 없다면 당장 11월에는 5명의 금통위원이 인하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향후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대출과 같은 금융안정 요인을 계속해서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매파적 인하로 풀이된다”며 “이 점 역시 11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포인트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인하는 내수 부진 속 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안정 파급 효과를 지켜보기 위한 시험대의 역할”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 지속 및 이에 따른 효과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하의 속도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내년 분기당 25bp씩 점진적으로 인하해 2025년 3분기 중립금리 수준인 2.5%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단, 내년 최종금리와 관련해 주요 변수는 가계부채와 함께 미국 대선 결과, 중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11월 연속 인하는 금융안정 점검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럼에도 동결 소수의견 1명보다 3개월 이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이 1명이라도 유지됨에 따른 실질적 완화 기조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리인하로 금융안정 자극 정도는 정부 노력에 따라 향후에도 잡혀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11월은 동결, 내년 1분기 중 1월 (기준금리) 인하 검토가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매파적인 금리인하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생각보다는 덜 매파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8월 금통위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펀더먼탈 측면에서의 금리인하 조건들은 상당 부분 충족됐음을 재확인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통방문을 보면,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8월 대비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8월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게 된 배경이 내수부진 가능성을 좀 더 염두해 둔 결정이라는 당사의 의견에 부합한다”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 경제계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가계·기업 이자부담 약 6조원 경감”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약 6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경엽은 “그동안 경기침체,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해 2022년 이후 기업과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며 “가계의 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020~2021년 저금리 기조 하에 하락세를 보였으나, 기준금리가 1%대를 초과한 2022년 2분기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기업 대출 연체율은 1분기 0.48%, 2분기 0.46%로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2020년 1분기 당시(0.49%)와 비슷한 수준이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0.37%, 2분기 0.36%로 2020년 1분기 수준(0.27%)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또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금리는 가계가 0.14%포인트, 기업이 0.1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부담은 각각 2조5000억원, 3조5000억원 경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세계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여건을 신중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금리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1회 인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들의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지원 강화를 동반하는 한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로 유동성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