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러 본토 심층타격' 젤렌스키 숙원에 일단 난색

연합뉴스 2024-10-11 12:00:29

정상회담 후 영국 총리실 "입장 변화 없어" 확인

앞서 미국도 보류…독일 안보회의 연기로 설득 더 차질

젤렌스키(왼쪽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타머 영국 총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풀어 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별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만나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스톰섀도로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톰섀도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이다.

하지만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간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의는 단일 장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적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가 다른 방식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에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뤼터 총장은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무기가 어떻게 사용될지를 결정하는 일은 개별 정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나의 무기 시스템에만 집중하지 말자"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단일 무기 시스템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내 목표물에 대한 서방 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오는 12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가 연기된 가운데 진행됐다.

당초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자국내 재난 대응으로 불참을 결정한 뒤 무기한 연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UDCG 회의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서방의 장거리 무기 제한 해제를 설득할 주요 기회로 여겨졌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미국 등 서방을 설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회의가 연기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방국 설득이 더욱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장거리 무기 사용 문제를 논의했으나 미측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UDCG 회의에서 '승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계획은 "정의로운 종전을 위한 올바른 조건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