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서툴지만 찬란했던 20대 시절의 사랑법 그린 예쁜 작품”[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0-11 11:43:54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로 지난 봄 1191만 명의 흥행을 달성한데 이어 올 가을 20대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깊게 소통할 예정이다. 올해 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30대 여배우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김고은이 택한 ‘대도시의 사랑법’(이언희 감독)은 남들의 시선이나 눈치 따위에는 아랑곳없이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고교 시절 성정체성에 대해 깨닫지만 세상에 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한 집에서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 ‘...ing’, ‘미씽:사라진 여자’, ‘탐정:리턴즈’의 이언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지난달 23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언론과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고은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의 촬영 때문에 파격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로 이날 인터뷰 현장에 등장한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 출연 계기부터 노상현과 호흡한 에피소드, 작품을 대하는 원칙 등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극중 재희와 흥수가 겪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가 우리네 삶과 거의 비슷했어요. 저도 겪었고 제 친구들도 겪었고 내면의 갈등과 생각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충돌하는 시기잖아요. 사회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충돌하기도 하고요. 그 두 친구는 20대에서 갑자기 사회에 던져졌을 때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되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두 인물을 통해 사회 초년병인 청년들의 스토리가 잘 담겼기에 공감이 갔어요.”

극중 재희는 인생도 사랑도 거침없이 돌직구인 여성이다. 교내에서도 스쿠터를 타고 다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것이 일상이다. 같은 학과 남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터부시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재희의 원칙은 심플하다. 끌리는 것이 공부이건 사랑이건 술이건 마음껏 즐기며 오늘을 사는 것. 그런 재희가 라이프 스타일은 똑같지만 사랑법은 정반대인 게이 남친 흥수와 한 집에 살며 사랑보다 깊은 우정을 나누는 것이 서사의 중심이다.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재희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죠. 마치 제가 친한 언니처럼 재희의 행동을 보며 ‘저렇게 행동하면 오해받을 텐데’하는 생각도 했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저런 태도나 행동 속에 그녀의 이면에 대해 관객들이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성장과정에서 아픔이 있었고 표현적으로 항상 날이 서 있는 아이지만 그녀의 진심과 짠함,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했죠. 거칠고 자유분방한 재희를 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상의와 하의를 안 어울리게 매치시킨다거나 늘 맨발에 신발을 꺾어 신는 행동, 반바지를 입고도 다리 한쪽을 의자에 올리고 앉는다던가 하는 행동 등으로 표현해봤어요.”

세상의 상식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본질을 지키며 서로 의지하는 재희와 흥수의 우정이 극을 이끌어 가는 가장 큰 모티브였기에 동성 친구 혹은 연인 사이보다 더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원수보다 더 애증하는 독특한 관계를 김고은과 노상현은 마치 현실 속 모습인양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나이로 볼 때는 90년생 노상현이 한 살 위인 탓에 같은 또래지만 연기 경력에서는 2012년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이 한참 선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계급장을 떼고 철두철미하게 재희와 흥수의 찐우정을 표현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촬영 전 감독님, 노상현 배우와 몇 번 모임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면서 클럽 장면을 위해 클럽에 가서 춤도 추면서 빨리 가까워졌어요. 순식간에 허물어졌죠. 노상현 배우와는 합이 잘 맞았어요.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사는 장면을 찍기 전부터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영화에 관련된 대화는 물론이고 현실 속 이야기들도 많이 나눴죠. 상현 배우는 고민도 많고 치열하게 그 고민에 접근하는 스타일이어서 감독님과 셋이서 다 함께 그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눈만 바라봐도 합이 맞았어요. 작품 초반 흥수 역 캐스팅이 되지 않아 오랜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만큼 마음에 드는 대본이었고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디테일하게 그려진 작품이기에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어요. 너무 귀한 작품이 상현 배우의 합류로 세상에 나오게 되서 정말 기쁩니다.”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고은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 ‘재희를 연기하며 나는 왜 저렇게 놀지 못했나 싶었다. 재희가 약간 부러웠다. 대리만족하면서 이번 역할을 연기했다’고밝혀 화제에 오른바 있다. 배우 김성철, 이상이, 안은진 등과 함께 한예종 전설의 10학번 대표 주자로 꼽히는 김고은은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했기에 사실 대학 생활과 연기 생활을 병행하는 것만도 빠듯했을 것. 데뷔이후 드라마 ‘도깨비’, ‘더 킹:영원의 군주’, ‘유미의 세포들’ 등 다수의 대표작을 히트시켰고 1000만 흥행에 각종 여우주연상도 수차례 수상하며 또래 배우 중 단연 선두에 선 김고은이지만 그도 20대 초반 시절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못해 힘든 시간은 있었을 터. 그리고 김고은의 20대 시절 사랑법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대 때는 학교를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학교까지 통학도 만만치는 않았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서빙 알바부터 쇼핑몰 모델까지 다양하게 경험했죠. 저에게도 흥수처럼 함께 술 마시며 고민한 친구들은 있었어요. 10학번 동기들과 대학로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에게 힘을 주던 시간들이 있었죠. 동기들이 지금 너무 잘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돌이켜보면 대학 다닐 때 소개팅이나 미팅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연애할 때) 좀 오래 보고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어요. 이번 작품을 촬영해보고 나니 저 나름대로 그 시기를 잘 지나왔던 것 같아요. 서툴었지만 에너제틱해서 너무 예뻤던,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