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참여율 고작 6%대...시범시행 앞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난항

데일리한국 2024-10-11 09:1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오는 25일 시범 시행을 앞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의 편의를 위해 당국과 업계가 적극 추진했지만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6%대에 머물면서 시행 직후 소비자들의 불편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연일 나오면서 업계에선 약 1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참여가 서비스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 EMR 업체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1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에 참여(전산시스템 구축)한 요양기관은 총 3781개다. 참여 대상 병원(7725개)의 절반가량에 그친 수준이다. 보건소 3490개(대상 전부 참여)를 제외하면 참여 병원은 291곳(대상 4235곳 중 6.8%)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보험업계와 당국은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보험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청구 간소화 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간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전송대행기관에 보내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했지만 간소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별도로 병원의 진료비 증명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업계와 당국은 물론 서비스 가입자들까지 도입을 적극 원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의 논쟁이 이어지면서 약 10년 가까이 시행되지 않았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을 준비했고 이달 25일부터 병상 30개 이상 병원에서 우선 시행한다.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전국 의원 6만9000곳과 약국 2만5000곳으로 확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될 경우 귀찮아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한 사례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착에 어려움이 예상되긴 하지만 시행착오를 잘 극복하고 보편화되면 많은 소비자가 정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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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 이어져야

서비스가 도입되면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입을 1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참여 확정 기관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제도 안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 병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EMR 업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전산시스템 개발·구축·유지보수 비용의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병원과 보험사, 전자의무기록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환자의 진료 내역 등을 보관하는 EMR 업체 사이에 이견 충돌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앞서 각 협회와 보험사들은 10만원 수준의 확산비(설치비)를 제시했지만 EMR 업체들은 수백만원대 가격을 제시해 적정 비용 수준 합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행에 참여하기 위해선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과 EMR 업체의 연계가 필수적이다"라며 "EMR 시스템 구축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보험업계가 지급하기로 했지만 비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산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원을 포함한 의료계의 참여 저조 역시 서비스 시행을 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병원으로선 동참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지도 이익도 없는 터라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의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제도 운영을 위한 운영위원회 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연내 참여율 60% 이상 끌어올릴 예정

이에 보험업계와 당국은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EMR 업체와의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업체의 연내 참여율을 60% 이상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국내 EMR 업체 55곳 중 27곳이 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시스템 구축비 1200억원과 연간 시스템 운영비 315억원이던 기존 예산 외에 5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협상을 통해 총 27개 EMR 업체가 참여하게 되면 참여 비율은 69.2%, 청구 건수 기준 비율은 78.2%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EMR 업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 참여 업체가 27곳으로 늘어났다"며 "이 외에도 디지털 지도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들과 협조해 실손 청구 간소화가 가능한 병원을 개인용컴퓨터(PC)나 모바일 앱 지도에 표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에 대한 참여 독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