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41] 대한민국 남자가수 라이벌전 '정원, 쟈니리, 박우철, 조항조'

데일리한국 2024-10-11 07:56:40
정원(왼쪽부터), 방주연, 박건. 사진=방주연 제공 정원(왼쪽부터), 방주연, 박건. 사진=방주연 제공

쟈니리(만주 출생,이영길)의 삶은 대한민국의 모든 고난은 다 거쳤다고 본인이 고백한 적이 있다. 6.25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갔고 1958년에 상경해 1959년에 극단 쇼 보트의 단원이 되었다. 미국인 양아버지 덕분에 청소년 시절은 호강하며 자랐다고 한다. 1961년에 미 8군 무대에서 활동, 친부모의 생각과 그리움에 눈물로 지새는 날도 많았단다. 1966년도 '뜨거운 안녕'을 취입하던 그날 뜨겁게 울면서 불렀기에 노래 속에 남아있는 오열하는 그 목소리에 대중들은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연유로 발표하자마자 대히트했다. 

작자 미상으로 알려졌던 '사노라면'의 원곡인 '내일은 해가 뜬다(김문응 작사 길옥윤 작곡)'는 1970년대 '내일은 해가 뜬다' 이 곡이 막 떠오를 무렵 방송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오늘 해가 뜨지 내일 왜 뜨냐?' 라는 것이 금지곡이 된  이유다. 어이없는 이유로 그렇게 묻혔던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한 가수가 들국화의 전인권이다. 

이를 계기로 원곡자 가수가 '쟈니리'라는 것이 알려지고 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5년 9월에는 KBS 빅쇼에서 가수 정원과 우정의 라이벌 무대 특집 방송에 출연했다. 가수 정원(황정원)은 1966년 그룹사운드 샤우터스가 반주를 맡은 '허무한 마음'을 비롯해 '미워하지 않으리' '무작정 걷고 싶어', 팝 번안곡 등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을 남겼으며 1966년 MBC 10대 가수상을 받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박우철(왼쪽부터), 우연이, 방주연, 조항조. 사진=방주연 제공 박우철(왼쪽부터), 우연이, 방주연, 조항조. 사진=방주연 제공

대표곡 '허무한 마음'은 정원보다도 먼저 조애희가 발표했던 노래이기도 하다. 조애희가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제목은 '너무나 사랑해서'였다. 가사는 이렇다. 

떠나버린 님이건만 밤마다 속삭여주네/꿈속에서 만나던 내 마음은 뜨거워지네/지금은 눈물이 사라져가네/그립던 마음도 사라져가네/떠나버린 님이건만 밤마다 속삭여주네. 

1960년대 그 시대에 청바지 차림으로 패션과 춤을 유행시키며 젊은이의 문화 아이콘으로 극장 무대를 누볐다. 제20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등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2015년 3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별세하던 그때쯤 선배는 내게 "주연아 내가 담배를 너무 오래 피워서 폐가 다 망가졌나 봐. 너는 담배를 안 피우니까 오빠처럼 망가지지 않고 오래도록 노래할 수 있을 거야. 건강해야 돼" 그 말이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박우철(오영록, 해남)은 '아빠의 청춘' '영등포의 밤'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오기택의 집안 조카다. 데뷔 당시 꽃미남 가수로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낸 천리먼길(1972년), 잊지 마오, 돌아와(1978년) 우연히 정들었네, 남산 사나이 등으로 인기 가수가 되었다. 그 당시 취입했던 '남자라는 이유로'(1994년)로 인기를 더하는 듯했으나 사업차 지방에서 오랫동안 중앙무대를 비웠던 이유와 또 남이 모르는 애로가 있었는지 '남자라는 이유로' 이 노래가 조항조에게 넘어가 버렸다. 

가수 방주연. 사진=방주연 제공 가수 방주연. 사진=방주연 제공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가수 본인은 그런 부분을 매우 억울해한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서 '연모'(2014년) 노래가 히트, '만고 땡'(2019년) '세월에 던진 사랑'(2020년)으로 재기, 다시 또 정상급의 가수로 늘씬한 외형과 변하지 않은 동안 얼굴을 유지하며 동분서주 힘차게 활동 중이다. 

조항조(본명 홍원표)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13세부터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후 김지훈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89년 귀국해 트로트 가수로 컴백했다. 남자의 심정을 잘 나타내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남자라는 이유로'(1994년 박우철 원곡), 이 노래는 2020년 결승전에서 장민호가 인생곡 미션 때 부른 곡이기도 하다. 

'남자라는 이유로'와 남자가 남자를 울리는 또 다른 노래 '사나이 눈물'(2000년)이 있다. 이 노래는 1970년대 초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유망주 유갑순이 부른 '이대로 타인'이 원곡이다. 

'이대로 타인'(김병걸 작사 이동훈 작곡)을 부른 유갑순은 문주란의 목소리를 닮은 트로트 가수로 메들리 앨범도 내는 등 회사에서 꽤 주목을 받았던 가수다. 가사를 약간 수정하고 타이틀을 바꿔 조항조가 불러 인기를 끌었다. 아내 홍씨와의 러브스토리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 사는 조항조의 이모가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는 홍 씨에게 조항조 집에 어떤 물건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청년 로커와 미국 교포 아가씨의 만남으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그들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태평양 사이에 두고 편지를 주고받다가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 '남자'와 '사나이'가 겹치는 이 두 노래는 중년 남자들에게 인기 1위 곡이다.

◆ 방주연 주요 약력

△1970년 '슬픈연가'로 데뷔 △'당신의 마음' '자주색 가방' '기다리게 해놓고' '꽃과 나비' '정' 등 히트곡 다수 △1973년부터 4년 연속 동양방송(TBC) 7대 가수상, 최고가수상 △KBS MBC 10대 가수상 수상 △대한민국 가수 희망시대 △한국가수협회(예총1969년 설립) 여성가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