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열풍 비만약 '위고비' 한국 상륙 ‘임박’…국내 시장 커지나

데일리한국 2024-10-11 07:00:00
위고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고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전세계 비만치료제 열풍을 일으킨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국내에 조만간 출시된다. 위고비 출시를 통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 위고비는 이달 15일 국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전세계 국가로 보면 9번째로 출시되는 것이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GLP-1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사용한 비만치료제다.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상혈당증,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GLP-1 유사체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올라갈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늦춰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도록 해 포만감을 지속시킨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에 효과를 내면서 용량을 높여 비만치료제로 나왔다.

위고비는 펜 형태의 주사제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매일 주사해야 하는 것과 달리 주 1회만 투여하면 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장점에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위고비의 전세계 매출액은 45억 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7억942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위고비 국내 수입사는 노보노디스크 기존 비만약인 삭센다를 담당하고 있는 쥴릭파마코리아다. 공급 가격은 4주분 37만원대로 알려졌다.

블록버스터 치료제인 위고비의 국내 상륙이 예고되자 식약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위고비 출시와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비만치료제는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면서 “사용자가 해당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지 않고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사진=유토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위고비 출시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커질까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78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출시된 비만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비버스의 큐시미아(성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로슈의 제니칼(성분 오르리스타트), 오렉시젠의 콘트라브(성분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등 4종이 있다.

이중 1위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편의성을 높인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국내에 위고비와 경쟁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도 출시될 예정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젭바운드는 지난 7월말 식약처로부터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위고비 출시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몇몇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위고비 국내 출시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자체적인 비만치료제 개발 및 의료 플랫폼, 유통 등으로 비만치료제 시장확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증권은 관련주로 △펩트론 △인벤티지랩 △올릭스 △애니젠 △대봉엘에스 △블루엠텍 등을 제시했다.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은 비만 신약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인 ‘장기 지속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릭스와 애니젠은 비만치료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올릭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는 호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애니젠의 비만 펩타이드 치료제 후보물질 ‘AGM-217’은 비임상 독성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블루엠텍은 의약품 유통기업이다. 위고비 2차 도매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전통제약사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제형변경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모색중이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공동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존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또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작용기전을 지닌 ‘HM15275’의 미국 임상 1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