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홍명보-‘추가시간 폭탄 피해’ 신태용… 전현직 韓 국대감독 희비 갈린 날

스포츠한국 2024-10-11 06:30:00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화재 진압에 성공했고,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은 예고 없이 닥친 추가시간 폭탄에 기적을 놓쳤다. 두 감독의 운명이 제대로 갈렸다.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3차전 요르단과의 원정경기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 승리로 3차 예선 2승1무를 기록하며 승점 7점의 B조 1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에 이어 황희찬마저 빠져 절망적인 대표팀에 단비 같은 선제골을 안긴 존재는 이재성이었다. 전반 38분 오른쪽 측면으로 흐른 공을 잡은 설영우가 오른발로 수비수를 제친 후 왼발로 문전에 올린 공을 이재성이 떠올라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가 A매치 데뷔골을 중요한 추가골로 신고했다. 후반 23분 한국이 중원에서 탈취한 공을 왼쪽 측면에서 받은 오현규가 중앙으로 드리블 후 박스 안으로 진입해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이것이 왼쪽 가까운 포스트 낮은 쪽으로 빨려들어가며 한국의 추가골이 됐다.

이날 경기는 홍명보 감독에게 정말 벼랑 끝에서 하는 승부였다. 먼저 주장인 손흥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소집도 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그 이름값 이상으로 당장 9월 오만전에서 1골 2도움 원맨쇼로 팔레스타인 홈 0-0 무승부를 해 위기였던 홍 감독을 구해냈던 선수. 게다가 홍명보 감독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선임 논란에 온전히 응원 받지 못하며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심지어 요르단은 8개월 전 마친 2023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4강에서 한국을 2-0으로 이겼을 정도로 B조 주요 강팀으로 여겨졌다. 이런 팀의 원정경기라는 건 3차예선 전 경기를 통틀어 최대고비의 경기로 점쳐졌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럼에도 승리했다. 전반 초반부터 황희찬이 부상당하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재성의 헤딩골과 신성 오현규의 A매치 데뷔골이 터지며 힘겨운 요르단 원정을 이겨냈다. 당장 눈앞의 화재 진압은 완벽하게 성공한 셈.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반면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예기치 않은 방화에 울어야 했다. 한국 경기 종료 후 11일 오전 1시에 바레인과 3차 예선 C조 3차전 원정경기에 임한 인도네시아는 상대 무회전 프리킥에 벼락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신 감독의 전술 아래 2-1 역전에 성공했다. 그렇게 승점 3점을 지킨다면 일본에 이은 조 2위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다. 아직 3차 예선이 많이 남았지만 조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기에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놀라운 순위.

그렇게 인도네시아가 철벽 방어로 리드를 지키고 이기는 듯했으나, 아흐메드 아부바카르 주심은 추가시간을 예정됐던 6분보다 5분이나 더해 11분을 줬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9분, 오른쪽에서 넘어온 바레인의 크로스가 사예드 하심의 머리 맞고 문전으로 흐른 것을 선제골 주인공이었던 마르훈이 밀어넣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경기는 그렇게 무승부로 종료됐다.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코치진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막바지에 심판의 방화와도 같은 추가시간 폭격에 울고 승점 3점의 조 5위에 머물렀다.

급한 불을 끄며 한껏 안정을 찾은 홍명보 감독과 기적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놓친 신태용 감독의 희비가 제대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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