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초가공식품 먹었더니…살찌고, 잠 못 잤다

연합뉴스 2024-10-11 00:00:50

신간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마트 식품 판매대에서 한 식품을 골라 성분표를 보면 외계어를 읽는 듯하다. 변성 옥수수전분, 대두 레시틴, 산도조절제, 구아검, 팜스테아린, 향미료, 감미료, 인공색소 등 현란한 문구가 음식 포장지에 표기돼 있다. 이런 성분들은 정교한 장비와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옥수수, 콩 같은 작물을 기름, 단백질, 전분 등의 성분으로 분해하고, 다시 그 성분을 화학적으로 변성한 다음 다시 첨가물과 결합해 성형, 압력 같은 산업 기술을 이용해 조립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초가공식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현란한 문구를 도외시한 채 음식을 맛나게 먹는다. 상당수 사람이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초가공식품을 먹고 산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 중 상당수는 초가공식품이거나 감미료, 향미료 등이 들어간 음식이다. 초가공식품의 인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신간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웅진지식하우스)에 따르면 영국에선 성인 다섯명 중 한명이 칼로리의 최소 80%를 초가공식품에서 얻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국인은 열량의 60%를 초가공 식품에서 얻는다고 한다.

영국의 저명한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 반 툴레켄은 초가공식품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4주간 칼로리의 80%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만 섭취하는 식생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체중 7㎏이 늘었고, 소화불량, 변비, 치열이 생겼으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밤에 잠을 깊이 못 잤다. 특히 식욕 호르몬이 뒤죽박죽됐다. 밥을 먹어도 또 배가 고팠다. 지방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렙틴이 5배 늘었고, 염증을 나타내는 수치도 두배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2019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연구진은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에는 초가공식품을 제공하고, 다른 집단인 대조군에는 비가공식단을 제공한 뒤 2주 후 그 결과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초가공 식단을 먹은 집단이 대조군에 견줘 하루 500칼로리를 더 먹었고, 체중도 늘었다. 대조군 집단은 양껏 먹었는데도 체중이 오히려 줄었다.

초가공식품의 단점은 체중 증가에만 있는 건 아니다. 포화지방, 나트륨, 과도한 당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가공방식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가령 산업적으로 변성하고, 가루로 만들며 압축한 음식은 섬유 구조를 완전히 파괴한다. 또한 동시에 음식이 부드러워져 씹기 편해진다. 음식물이 부드러울수록 인간은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이는 턱뼈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햄버거는 이런 착각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첫입을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일련의 식감이 보상과 만족감을 준다…모두 솜털처럼 부드럽다. 그래서 1분도 안 돼서 햄버거 하나를 거의 흡입하듯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먹어야 한다. 아직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포화지방 많은 음식

저자는 초가공식품이 번성하는 이유는 저렴하고, 먹기 편하며, 맛난 데다 식품업체의 기만적인 마케팅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여러 영양학자와 기관들이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식품업체와 결탁해 그들의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따라 유해 식품에 대해 경고 라벨을 붙이고, 영양 관련 전문가와 기관이 식품회사와 재정적 관계, 협력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성훈 옮김. 544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