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목소리 적었던 의정토론회…청중선 "거짓말" 고성

연합뉴스 2024-10-11 00:00:49

의료개혁 '맞짱' 토론회…사태 핵심 전공의·의대생 참여 '미미'

기존 입장 되풀이하며 평행선…차분한 토론 분위기 속 반말 외치는 청중도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서울의대 교수들과 정부가 의료공백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얼굴을 맞댔지만, 사태의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와 목소리는 적었다.

의정 양측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그었지만, 토론은 참가자들이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차분히 진행됐다. 청중석에서는 정부 관계자를 향해 반말을 섞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다.

장상윤 사회수석 기조발제

1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개최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실장급인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실무추진단장이 정부측 대표로 참석했다.

그동안 브리핑이나 성명, 집회를 통해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던 의정이 한 자리에서 의대증원이나 의료개혁 등의 과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것은 2월 말 이후 8개월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이번 의료공백 사태 중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대통령실 수석과 실장급 인사 같은 정부 고위급 인사가 토론자로 나선 것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토론자였던 지난 2월23일 KBS 토론회 이후 처음이다.

힘들게 성사된 의정 간 토론회인 만큼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양측은 각자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토론회 현장에서는 특히 의료 공백 사태의 핵심인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취재진을 제외하면 청중석의 참석자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정부 측의 장 수석과 정 실장, 의료계 인사인 서울의대 비대위의 강희경 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차분히 주장을 폈지만, 청중석에서는 토론 도중 소리를 지르며 발표를 방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 수석이 등장해 기조 발제를 하자 일부 청중들 사이에서는 발언 중간에 "(의사 추계) 시뮬레이션을 해 봤나", "(의정간 37차례 협의가) 거짓말이지 않느냐" 등의 고성과 비판이 나왔다.

이에 사회자가 제지하자 한 청중은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해 흐름이 끊어지기도 했다.

장 수석이 "지금 의대생들이 하는 휴학은 휴학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하자 "니가 얘기하면 법이 맞는거냐"고 크게 반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또다른 청중은 갑자기 "지역의료 위기·응급실 뺑뺑이는 의사 탓이 아니라 정부 탓이다"라며 끼어들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대화

의정 양측의 발표 후 청중석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순서에서 발언한 의료계 인사는 본인이 사직 전공의라고 밝힌 남성 1명 뿐이었다.

그는 "증원된 의대생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지금도 800명가량이 전공의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에서 6년 뒤에 2천명 내지 1천500명이 더 졸업하면 어떻게 이들의 수련을 소화할지 병원·학회와 논의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사고 환자 유족이라는 한 참석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환자 사망 시에도 의사에 의료 사고 특례를 추진할 것이냐"라고 정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객석에서는 이런 질의가 나왔지만 시간 부족으로 토론자들은 이에 대해 답변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의정이 각자 입장을 반복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장을 찾은 일반 참여자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토론회 내내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던 양측은 토론회 말미에는 "머리를 맞댄 이번 자리에서 희망의 싹이 텄다"고 입을 모았지만, 당장 본격적인 의정대화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계에 여야의정협의체나 의사인력추계위원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2025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조건을 달지 말아라'는 정부 사이의 견해차가 커 대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fa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