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뺀 MBK…고민 깊어지는 고려아연

뷰어스 2024-10-10 19:00:22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의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더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고려아연 측도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으로 책정해 동일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금이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MBK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이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취득하겠다고 밝힌 물량 18%(베인캐피탈 포함)보다는 적다.

다만 시장에서는 양쪽의 가격이 같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 주주가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증권거래세,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개인의 경우는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청약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세율이 최대 49.5%가 된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MBK 측에 응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에 응하면 15%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하는 입장이 된다.

국내 기관은 양쪽 어디에 투자하든 법인세 9~24%를 내야 해 차이가 없다.

일정에 있어서도 MBK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의 공개매수 청약은 14일, 고려아연은 23일 종료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 입장에서는 MBK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고려아연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MBK의 가처분 신청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과는 21일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높이면 해외투자자도 모집하는 데 유리할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다면 오는 11일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은 기존 공개매수 마감 기한인 23일을 늦추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다만,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 차입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는 고려아연 입장에선 부담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영풍·MBK 공개매수 가격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풍문을 유포해 시세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금감원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근거 없는 풍문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며 공개매수 관련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