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희'부터 '왕자 호동'까지 한국 오페라 태동 목격하세요"

연합뉴스 2024-10-10 18:00:49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 첫 전시회…내년 3월까지 예술의전당

'춘향전' 등 프로그램 북 원본 공개…"과천에 박물관 건립 계획"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의 첫 전시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국 최초 오페라 '춘희'부터 국립오페라단 창단 작품 '왕자 호동'까지 한국 오페라 태동의 역사를 목격하러 오세요."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공동대표 박수길·성규동)이 10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에서 초창기 한국 오페라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를 연다.

지난 2022년 설립한 오페라역사박물관은 80년 역사의 한국 오페라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해 1천여 점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전시에선 초기 15년 시기의 자료 47점을 선보인다.

오페라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80년에 이르는 한국 오페라 역사를 시기별로 조명하는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수길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 대표

이날 본격적인 전시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수길 공동대표는 "1950년대 자료는 상당 부분 소실돼 구하지는 못했지만, 저희의 노력으로 꽤 많은 자료를 기증받거나 구입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자료가 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83세인 박 대표는 1968년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데뷔한 한국을 대표하는 테너 성악가다. 국립오페라단 단장과 한양대 음악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자료는 1948년 국내에서 초연된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의 프로그램 북이다. 당시 공연 기획과 제작을 맡은 테너 이인선의 유족이 보관하고 있다가 박물관에 기증했다.

또 1950년 1월 한국에서 초연된 오페라 '카르멘'의 프로그램 북도 만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인선 유족의 도움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손수연 단국대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이인선 박사는 '춘희'와 '카르멘'을 제작하고 프로그램 북도 만든 분"이라며 "이 박사 자제분의 기증으로 역사적인 프로그램 북을 입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초기 오페라 작품들의 프로그램 북 원본

1951년 7월 6.25 전쟁 중 대구에서 공연된 첫 한국어 오페라 '춘향전'의 프로그램 북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1950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춘향전'은 이듬해 유엔(UN)군의 후원으로 대구에서 재연됐다.

손 교수는 "초연 때 자료는 입수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재연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프로그램 북에는 전쟁의 여파로 초연 출연자들과 재연 출연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춘희'와 '카르멘', '춘향전'의 프로그램 북 원본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자칫 훼손될 위험이 있어 전시실에는 사본만 공개된 상태다.

최적의 상태에서 자료를 보관·전시하기 위해 박물관 측은 2027년까지 경기도 과천에 박물관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박물관 건립은 공동대표를 맡은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이 추진한다. 오페라 애호가인 성 회장은 사비를 들여 박물관 자료를 입수해 보관 중이다.

성 회장은 "자료들을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단체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상황이 안 되면 경기 과천 일대에 약 3천300㎡ 면적의 땅을 확보해 박물관을 개관하려 한다"고 밝혔다.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