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쿠팡 '산업재해율' 건설업보다 높다…"새벽배송 사회적 대화해야"

스포츠한국 2024-10-10 17:13:49
ⓒ쿠팡 ⓒ쿠팡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쿠팡의 근로자 근무 여건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가 산업재해에 취약한 건설업보다도 높은 산업재해율을 기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집계된 쿠팡과 자회사 쿠팡CLS의 평균 산업재해율은 5.9%였다.

평균 산업재해율은 산재 적용 대상 근로자 가운데 실제 산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비율인데 이는 곧 노동자 100명 중 6명 가까이 산업재해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건설업의 재해율(1.45%)의 4.06배, 산업 전체 평균 재해율(0.66%)과 비교하면 8.9배에 달한다.

이 의원 측은 쿠팡이 배송 노동자를 직고용하던 시기 산업재해율을 살피면 수치는 더욱 높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쿠팡 8100명의 상시근로자 가운데 739명이 산업재해를 입어 재해율 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난 2021년에는 상시근로자수 1만7060명 중 1925명이 산재 판정을 받아 재해율이 11.3%까지 치솟았다.

다만, 2022년에는 3만841명의 상시근로자 가운데 1451명이 산재를 입어 산업재해율이 4.7%로 감소했다. 2023년에는 1.5%까지 떨어졌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배송업무를 자회사로 이전함에 따라 본사 소속 배송 노동자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021년까지 배송 노동자를 본사 직고용 형태로 운영해오다가 2022년부터 자회사인 쿠팡CLS로 배송 관련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쿠팡CLS 재해율은 2022년 2.6%에서 2023년 5.8%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의 산재 현황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이 의원은 추정했다.

이 의원은 “과중한 심야노동과 과로, 산업재해의 노출은 쿠팡의 고질적 문제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쿠팡의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만이 아닌 전 사회적 문제로 새벽·심야·휴일 배송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쿠팡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7일 진행된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홍용준 쿠팡CLS 대표가 출석해 근무 여건에 대한 질책을 받았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무 여건이 열악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홍 대표는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송 의원이 쿠팡CLS 영업점의 클렌징(상시구역회수)제도를 고용 불안과 과로 원인으로 지적하자, 홍 대표는 “클렌징 제도의 요건이 기사들을 압박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꼭 필요한 조항만 남겨놓고 대부분 삭제하는 식의 개선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홍 대표와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가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다만, 오후 5시 현재 환노위 국감은 감사 중지 상태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근무 여건에 대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쿠팡CLS는 배송 위탁계약을 한 쿠팡 퀵플렉스 소속 배달 기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과로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도 40대 쿠팡 퀵플렉서가 지난 5월 사망했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고인 사망원인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쿠팡 측은 지난해 10월 “노조의 주장과 달리 쿠팡 사업장은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안전하다”고 뉴스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라,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근로자 수 상위 20대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수는 219명인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은 1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쿠팡 측은 “최근 5년 물류운송업계에서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400건 이상 발생했지만 쿠팡 사업장에서 산재로 승인된 질병사망은 1건”이라며 “제조업 등 다른 산업군에서 매년 더 많은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택배노조는 택배기사가 사망하면 업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모두 ‘과로사’라고 허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