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 과열에…무순위 청약 개편 예고

스포츠한국 2024-10-10 14:23:35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 ⓒ스포츠한국DB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 ⓒ스포츠한국DB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제도가 개편될 예정이다. 실수요 무주택자들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기존 취지는 잊혀지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현금부자들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완화했던 무순위 청약 요건을 다시 무주택자 대상으로 개선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무주택자 및 거주지 여부, 청약 과열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을 몇 가지 세워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무순위 청약 제도는 미계약이나 미분양 물량으로 나온 잔여세대에 대해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청약통장 유무와 거주지 제한,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어 소위 ‘줍줍’이라 불린다. 일반 청약에 비해 간소한 자격 요건으로 손쉽게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 공고 후 잔여세대 발생 원인에 따라 △무순위 사후 접수 △임의공급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 등 3개 유형으로 나뉜다. 2018년 이후 무순위 청약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미계약 혹은 미분양으로 나온 잔여세대에 대해 청약을 받아 선착순 또는 기간을 정해 한 장소에 모여 추첨 방식으로 공급했다.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에 나서는 것은 최근 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이른바 ‘로또 아파트’에 대한 청약이 과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무순위 청약은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한정됐다. 이후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 물량이 늘자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사는 지역이나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청약 문턱이 낮아지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려들었고 급기야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 등 수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보이자 ‘묻지마 청약’ 열풍이 거세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무순위 청약 신청자는 전국 625만898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자인 112만4188명보다 5.6배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위권 내에서 9곳이 올해 청약을 진행한 단지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올해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이다. 당시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294만4780명이 몰렸고 홈페이지가 마비되며 신청 기한이 하루 더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나머지 순위권에는 △세종 어진동 ‘세종 린 스트라우스’ 43만7995대 1(5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3만7818대 1(2월) △경기 하남시 감이동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28만8750대 1(4월) △세종 어진동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24만7718대 1(4월) △경기 성남시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3차’ 19만8007대 1(6월) △성남시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1단지' 15만4688대 1(7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F20-1블록 더샵 송도프라임뷰' 11만1157대 1(7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DMC 한강자이 더헤리티지 10만6100대 1(1월)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청약 과열 방지를 위해 무순위 청약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종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무순위 청약은 일반 청약에 비해 완화된 자격 기준이 적용되면서 공급 세대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청약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해 과도한 청약 집중에 의한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