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알짜카드 줄이고 접대비는 늘리고...카드사 판관비 '선택적 비용 절감' 시끌

데일리한국 2024-10-10 09:1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업황 악화에 시름 중인 국내 카드사들이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는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선택적 비용 절감' 논란에 휩싸였다. 수익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임금피크제 등 인력구조 조정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항변하지만 기부금은 줄이고 접대 명목으로 사용한 돈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면서 지출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판관비 총액은 1조7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196억원) 대비 3.29% 증가한 규모다. 판관비는 급여와 복리후생비, 광고선전비 등 기업 활동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판관비는 1906억원으로 전년 동기(1631억원) 대비 16.80% 증가하면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하나카드가 1181억원에서 1313억원으로 11.15% 늘었고 뒤이어 삼성카드(9.74%), 신한카드(5.83%), 우리카드(1.80%)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에 따른 비용 관리에 집중하면서 판관비 증가율 역시 지난해 12월 기준 1.28%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3월 말 2.97% △6월 말 3.29%로 증가율이 높아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판관비다"라며 "다양한 이유로 경영에 대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투자 및 개발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판관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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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구조 개편 등에 판관비 사용

카드사의 판관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 인상 △마케팅 비용 증가 △인력구조 조정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여전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했고 소비 활성화로 카드 승인 금액이 증가하면서 캐시백과 할인 등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역시 매 분기 늘고 있다.

특히 판관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력구조 조정 비용 지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판관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 최근 카드사들은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에 100억원 넘는 비용을 지출하는 등 조직 개편을 위해 큰돈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1분기 판관비 항목 중 해고·명예퇴직비용으로 115억32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국민카드가 해고·명예퇴직 비용으로 207억원가량을 지출했고 하나카드 또한 1분기 20억원가량을 임금피크제 비용으로 지출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인력구조를 조정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라며 판관비 사용 이유를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하자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높은 여전채 금리 등으로 비용 관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 내역 놓고 '선택적 비용 절감' 논란

수익성 관리를 위해서는 긴축 노력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카드사의 판관비 세부 내역을 놓고 '선택적 비용 절감'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의 총기부금은 295억원으로 전년(298억6400만원)에 비해 4억원가량 줄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BC카드의 기부금이 10억7300만원으로 같은 기간(17억4700만원) 대비 39% 감소하며 가장 크게 줄었고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27억8100만원과 4억3500만원으로 각각 2300만원, 6300만원 감소했다.

기부금 축소와 더불어 비용 절감을 위한 알짜카드 단종도 이어지면서 카드사의 비용 관리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체크카드 수는 총 373종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단종된 카드 수가 159종인 것과 비교하면 2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반면 접대비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선택적 비용 절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의 접대비는 총 134억3800만원으로 전년(127억9400만원) 대비 5%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접대비가 21억5400만원으로 22% 늘었고 우리카드는 14% 오른 22억2300만원, KB국민카드의 접대비는 32억7200만원으로 2% 늘어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부금이나 접대비 모두 기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지만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비용 지출에 대한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