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론 분석①] 4차례 CB·2차례 유증 이례적 미리 발표 '주가 띄우기' 의혹

데일리한국 2024-10-10 09:43:32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신약개발 회사 인수를 밝힌 하이트론시스템즈(이하 하이트론)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9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어느새 4000원대까지 치솟아 핫이슈 종목이 됐다. 

하이트론은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정된 4차례의 CB와 2차례의 유증과 관련해 공시시점과 납입시점이 이례적으로 6개월 이상 차이가 난다. 통상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계획을 미리 발표해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계획대로 807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잠재적 매도물량이 기발행 주식의 417% 달해 결국 기존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내년까지 4차례 CB 및 2차례 유증…잠재물량 기발행주식 400% 넘어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트론은 11일 신약개발업체 지피씨알(GPCR) 인수를 위해 341억원 규모의 29회차 CB를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된 CB는 지피씨알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의 주식과 상계될 예정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하이트론은 보안장비 전문기업이다. 

이에 앞서 하이트론은 지난 9월 100억원 규모의 25회차 CB를 발행해 지피씨알의 다른 투자자로부터 일부 지분을 인수한 상황이다.

하이트론은 지피씨알 인수를 통해 바이오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피씨알은 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인 신동승 대표가 2013년 설립한 회사로, 현재 GPCR(세포 표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막 단백질)에 특화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트론은 바이오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내년 8월까지 29회차 CB를 포함해 4차례 CB와 2차례의 제3자 배정 유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807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이 자금은 지피씨알의 남은 지분 인수 및 신개발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해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하이트론의 자금적인 도움을 받아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도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자금이 CB와 유증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는 점이다. 현재 바이오사업 진출로 하이트론의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 매도물량에 따라 소액투자자들의 주식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트론은 지난 9월 9일을 기점으로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최대주주 변경 및 신약 개발 추진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900원대 머물던 주가는 현재 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단기급등으로 인해 최근 소액주주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자금 조달로 인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다. 우선 지난 9월 발행한 25회차 CB의 경우 전환가액은 901원으로, 주식물량은 1109만8879주다. 이는 기발행주식(2884만4269주)의 38.5%의 달하는 물량으로, 향후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시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우려된다.

여기에 이달에만 2건의 CB 발행이 예정돼 있다. 금액으로는 441억원으로, 잠재물량은 4654만3976주다. 이는 기발행주식의 161.4%로 달한다.

또한 내년 3월과 4월에 28회차 CB(162억원)와 27회차 CB(100억원)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향후 발행할 4차례 CB만 더해도 기발해주식의 212%에 달하는 잠재물량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다.

유증 역시 내년 4월과 8월 2차례나 계획돼 있다. 발행규모는 105억원(1282만2569주)으로 기발행주식의 38.5% 달하는 물량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잠재물량만 기발행주식의 256.8%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25회차 CB 물량마저 더하면 417.8%에 달한다.

일부 투자전문가들은 발행된 CB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으나, 이러한 잠재물량이 많이 쌓일수록 주가 상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례적으로 자급조달 공시시점과 납입시점이 6개월 이상 차이나는 점도 주의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유증과 CB 발행을 공시할 때, 납입 시점보다 1~2달 앞서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론은 이례적으로 올해 자금 조달 계획뿐 아니라 내년도 계획마저 발표했다. 이를 두고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 소식만으로도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공시를 빨리 서둘러 발표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행위로, 만약 계획대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하이트론 15년째 적자기업…자금조달 없이 신약 개발 '난항' 우려 

더욱이 하이트론과 지피씨알 두 회사 모두 경영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하이트론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영업적자를 겪고 있다. 계속된 영업 손실로 인해 지난 2022년 4월 거래정지가 됐으며, 지난해 11월 다시 거래가 재개됐다.

지피씨알 역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기업 설립 이후 계속된 적자로 인해 사업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독자적인 상장보다는 하이트론의 인수를 통해 추가적인 투자를 받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하이트론이 지피씨알 인수를 통해 바이오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내년까지 계획된 자금이 원활하게 납입돼야만 한다. 하이트론의 현재 경영능력으로는 지피씨알의 원활한 자금조달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뤄질 경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마저 낮아질 우려가 크다. 그렇게 된다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만큼, 주가의 단기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유증과 전환사채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투자자의 사정으로 그 시점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기업들의 수가 늘고 있다”며 “특히 본업의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신사업 대한 기대감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기업의 경우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데일리한국에서는 답변을 듣기 위해 하이트론의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