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살아남는다"...유통업계, '임대료 다이어트' 계속

데일리한국 2024-10-10 07:00:00
사진=SSG닷컴 제공 사진=SSG닷컴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유통업계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본사 사옥을 이전하거나 이전을 준비 중이다.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임대료가 비싼 도심을 떠나 비교적 저렴한 업무지구로 이동하며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서울 강남 센터필드 입주 2년만에 서울 영등포구로 본사를 이전한다.

최훈학 SSG닷컴 대표는 지난 3일 내부 임직원들에게 내년 2월 말 본사 오피스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사거리 인근 'KB 영등포 타워'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새 사옥은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자회사인 W컨셉과 함께 건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SSG닷컴이 법인 설립 이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위기 극복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피할 수 없는 변화와 쇄신"이라며 "임직원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임대료 절감 작업에 나섰다. 임대료가 비싼 상권의 오피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는 식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을 임대하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서울 보라매역 인근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는 가전제품 수요 감소로 매출이 하락한 상황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3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규모가 큰 자산인 대치 본사 사옥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이전할 장소와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부 롯데온 역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난 7월 사옥을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이전했다.

롯데온은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423억원에 달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같은 달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 이스트센트럴타워로 본사를 옮겼다.

SK스퀘어의 계열사인 11번가는 지난달 경기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5개층을 본사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서울스퀘어의 임대료가 50% 가까이 오르자 올 상반기 계약 기간 종료 후 연장하지 않고 떠났다.

유플래닛 타워는 면적 기준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 대비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11번가는 지난해 말부터 2차례 희망 퇴직 및 내부 인력 전환 배치 등 사업 효율화를 위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은 굳이 임대료를 낭비하고자 하지 않는 기조”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