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카구치 켄타로, “사랑에 유효기간은 없어” [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0-10 07:00:00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 사카구치 켄타로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 사카구치 켄타로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사카구치 켄타로가 사랑에 다양한 감정이 있다고 말하며, 사랑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극본 정해심, 문현성/ 연출 문현성)에서 주연을 맡은 사카구치 켄타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처음 한국 작품에 참여한 소회와 촬영 소감을 밝혔다.

그가 출연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일본 남자 준고와 사랑에 빠진 한국 여자 홍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이들은 서툰 사랑에 아파하다 헤어진 뒤 5년 뒤 다시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배워간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처음 한국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일본에서 드라마 ‘CODE -소원의 대가-’(2023), ‘경쟁의 파수꾼’(2022), ‘히루’(2022), ‘그리고, 살아간다’(2019), 영화 ‘퍼레이드’(2024), ‘남은 인생 10년’(2023), ‘히로인 실격’(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그는 첫 한국 작품 촬영 소감을 밝히며, 처음 촬영 제의를 받은 그날을 떠올렸다.

“처음에 4, 5년 전쯤에 영화 기획으로 이야기를 들었어요. 코로나로 어려운 환경이 있었는데, ‘준고와 홍의 감정을 1시간 반, 2시간의 영화로는 다 담을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거기서 시리즈물로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두 사람의 감정선을 굉장히 상세하게 다뤄보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시리즈화 되고 그다음 대본을 주셔서 쭉 읽어봤어요. 일본 남자, 한국 여자가 같은 국적은 아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많은 시간을 돌아가서 두 사람을 표현하는데, 두 사람의 만남이 있을 것이고 두 사람의 애정을 나누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행복한 시간과 엇갈리는 시간, 애정이라는 것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러브 스토리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 사카구치 켄타로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 사카구치 켄타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이미 20년 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작품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20년 전 독자들에게 그때의 작품과 지금 작품에 차이점이 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켄타로는 전혀 무리 없다고 얘기했다.

“20년 전 독자들이 읽은 내용으로 지금 현대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무리 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만나려던 사람이 안 오면 휴대전화로 연락하잖아요. 예전에는 그게 바로 안 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러면 그 순간에 ‘이 사람이 왜 늦지? 왜 안 오지? 뭐 하고 있을까?’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을 거로 생각해요. 지금은 그런 게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한국과 일본의 거리감, 그들이 태어났다는 장소만 다를 뿐이지 전혀 시간적인 거리라던가 사랑의 거리라던가, 그런 부분은 20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설정이 지금으로 돼서 애정의 표현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가능했다고 보고요. 그리고 정보 전달이 잘 되다 보니 애정의 교환도 ‘더 밀접하게 가능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차 포스터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차 포스터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를 그리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이 녹여져 있다. 그렇기에 사카구치 켄타로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남녀 사이에 사랑’을 하는 데 차이점이 있어 이 작품에서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고 밝혔다.

“대본이 완성되기 전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특히 준고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이 대본 자체에 우리는 대본 자체에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다양한데 이야기하는데, 일본에서는 사랑 자체에 ‘사랑한다’는 단어를 쓰는 건 굉장히 좋은 순간에만 사용해요. 근데 대본에서 워딩 자체가 ‘사랑한다’는 게 많아서 감독님께 너무 많다고, 중요한 신에서만 써야 한다. 너무 가볍게 쓰이지 않냐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과 이세영 배우께서 준고는 애정 표현을 더 해야 하는데, 그게 덜 적혀 있는 거야.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오히려 반대 의견을 내시더라고요. 이런 게 조금 작은 생각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일본에서는 그렇게 말로 전하지 않으니까, 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켄타로 배우가 준고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으면, 그게 정답일 거야 라고, 다시 말씀해 주셔서 그걸 그대로 살려서 대본에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 주셨어요. 그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인 홍은 사랑한다는 말을 더 듣고 싶었는데, 듣지 못해서 둘의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시리즈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사카구치 켄타로는 베스트셀러 작가 준고 역을 맡았다. 준고는 5년 전 처음 최홍(이세영)을 만났을 때 작가 지망생이었지만, 5년 후 전 연인 최홍과 연애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 히트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에 한국에 방한하게 됐고 최홍과 다시 재회하게 된다. 그가 어느새 준고에게 몰입했을 때 느꼈던 생각을 전했다.

“감정이 격한 신에서, 이를테면 준고가 화를 내는 신에서 관찰자 입장에서 준고는 이렇게 화를 내는 거 나라고 감각적 이해를 하려고 했어요. 저는 대본을 받으면 외우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읽고 외울 때는 감정까지 외우지는 않고 혼자 조용하게 대사만 외워요. 근데 막상 현장을 가면 감정의 강도가 더 커지고 내 성량도 거기에 가미가 되면 예상보다 어떤 신은 매우 크게 나올 수도 있고 어떤 신은 아주 작게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약간 ‘내가 준고에 이입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예고편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제공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예고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예고편에서 홍은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인데”라고 말한다. 이에 사카구치 켄타로도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는지 물었다.

“유효기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랑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잖아요. 근데 이게 눈에 보이지 않은데도, 감촉이 있고 색도 있고 무게도 있고 다양한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유효기간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굉장히 감각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사랑이라는 건, 한 번 만나게 되면 바로 만나자마자 인연이 생기진 않지만, 어떤 인연이 생기는 순간, 그 인연이 영원히 끊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극초반의 준고는 사랑에 아주 서툴다. 홍과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조차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초반의 준고는 사랑에 힘들어했지만, 5년이 지난 뒤 준고는 사랑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사카구치 켄타로는 준고의 섬세한 사랑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젊었을 때 준고, 5년 전의 준고는 굉장히 상대방에게(사랑하는 사람) 요구를 많이 했었고, 원하는 걸 많이 이야기했고, 또는 알아 달라고 했었던 것 같아요. 홍이라는 캐릭터도 똑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가 이렇게 하는 걸 알아줘. 나를 좀 더 봐주라는 요구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해요. 근데 5년이 지난 그들은 변화해요. 애정이라는 건 애정을 줄 수 있는 건, 자기의 쉽게 버리라는 건 아니지만, 희생하고 나서야 상대방한테 뭔가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젊었을 때 두 사람이 했던 것은 ‘사랑’의 전 단계라고 생각해요. 5년 후에 그들이 조금 더 어른이 돼서 조금 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사랑이라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 더 많이 고민하고 난 뒤에, 그 5년 뒤가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아니냐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사랑도 5년 뒤의 사랑과 비슷하게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많은 걸 줄 수 있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해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이세영)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사카구치 켄타로)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