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계상 "불의의 피해 겪은 분들 외면하는 일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

스포츠한국 2024-10-10 01:19:15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소중한 가족과 삶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잃은 피해자, 그는 극중 개구리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배우 윤계상이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또 한번의 놀라운 변신을 펼쳐냈다. '범죄도시' 1편 장첸 역의 극악무도한 악역 연기로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데 이어 이번에는 불의의 사고의 간접 피해자가 되어 분노 한번 제대로 터뜨리지 못한 채 안으로 삭히며 곪아들어가는 중년 남성 상준 역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 연출 모완일)는 지난 8월 23일 8부작 전편이 공개됐으며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JTBC 드라마 ‘미스티’(2018)와 ‘부부의 세계’(2020)를 통해 상당한 시청률과 평단의 호평까지 받아냈던 모완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배우 김윤석의 17년만의 드라마 복귀, 윤계상, 이정은, 박지환 등의 가세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공개 2주차에는 넷플릭스 TOP 10에서 2주 연속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멕시코, 콜롬비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포함한 총 3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윤계상이 연기한 상준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다가 전 재산을 털어 모텔을 운영하기 시작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들 한 명과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지내고 있다. 비가 오는 어느 여름날 한 손님을 우연히 받은 이후 벌어진 사건으로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어 버리는 인물이다. 

- 상준 역을 수락한 후 어떻게 목표를 정했나. 

▶ 상준이 드라마에서 가지는 의미가 컸기에 온힘을 다해 표현하려 했다. 이런 역할이 처음이었기에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고 준비도 많이 했다. 살도 3주동안 13~14kg 가까이 뺐던 것 같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너무 어려보인다고 하셔서 실패했다고 느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 큰 사건을 겪고 무너져 가는 인물이다. 감정선을 어떻게 설계했나. 

▶ 다행히 상준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무너져 가는 모습이 순차적으로 친절하게 시나리오에 나와있었다. 장면마다 계기가 있었다. 그런 사건마다 무너진 모습을 표현해야 했기에 배우 혼자서 모든 걸 계획하지 않아도 됐다. 대본이 친절했다. 

- 작품의 어떤 점이 가장 끌렸나. 

▶ 판타지적이거나 드라마적인 멜로가 있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형식도 아니었다. 독특한 형식의 다른 이야기 두 가지가 공존하면서 가는 것도 신기했고 그 이야기가 어떤 접점으로 만날지 보여주는 것도 신선했다. 내레이션조차 신선했다. 모완일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도 흥미 요소였다. 

- 시나리오는 어떤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나. 

▶ 다른 대본과 달리 음침한 정서라고 할까. 어두우면서도 따뜻했다. 어떤 향이 짙게 나는 느낌의 드라마라고 할까. 예전에 김윤석 선배의 영화들 '타짜' 같은 작품들이나 영화 '살인의 추억' 같은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잔향이 짙었다. 

- 상준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거나 답답하다고 느꼈던 지점이 있었나. 

▶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답답해 보이셨을 수 있다. 범인이 눈앞에 있는데 왜 화도 못내고 때리지도 못할까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아무것도 못한다. 폭력적인 사람들이 따로 있고 일반적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범인이 눈앞에 있다고 직접 복수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 모습이 상준의 모습인 것 같다. 상준이 지향철의 면회실에 갔을 때 매우 두려워한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계속 눈을 내리깔 고 있다가 간절하게 '나를 모르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지향철에게 어떤 해답을 들을 줄 알았지만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대답이 상준을 미치게 하는 동기가 됐을 듯. 상준은 아내도 잃고 재산도 다 잃었고 심지어 아들마저 정상적으로 키우기 힘든 환경이 된다. 이런 플롯들이 참 잘 짜여졌다고 생각했다. 

- 사실 상준이 겪는 일들은 쉽게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 상준을 극중 개구리라고 표현을 하는데 큰 사건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고 간접적 피해를 입었더라도 그런 일들이 겹치면 쉽게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호가 왕따를 당하고 집은 빚 때문에 어려워지고 하면서 상준의 가정이 겹겹이 불행한 일들이 겹치며 무너져내리지 않았나. 그런 것들을 보며 사회의 전반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주위에 그런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면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모른 척 혹은 아닌 척 하며 사건을 덮어버리는 일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닐까. 

- 고민시가 연기한 소시오패스 성아와 만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의 연기를 본 소감도 궁금하다. 

▶ 정말 최고의 연기더라. 고민시 배우가 한 연기은 어려웠을 것 같다. 소시오패스가 맥락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미친 사람 같아 보였다. 무섭기까지 하더라. 

- 아들 기호 역을 연기한 찬열과의 호흡은 어떠했나. 

▶ 찬열과는 리딩이 끝나고 회식을 하면서 대화를 나눴었고 GV에서도 만났다. 너무 잘 생기고 열정적이더라.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제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다. 기호가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런 힘든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 남아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지향철을 죽이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윤계상의 배우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작품성 때문이었다. 선택한 순간부터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나오면 좋겠다. 

- 영화 '범죄도시' 2, 3, 4편이 연달아 1000만 관객 달성을 했다. 1편 주연을 맡은 배우로서 아쉬움은 없나. 

▶ 아쉬움은 하나도 없다. 다른 편들이 잘 만들어졌기에 1000만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상영 감독도 1편의 조감독이셨고 모든 사람이 잘 해서 잘됐기에 아쉬운 마음이 1도 없다. 장첸은 대중들 사이에 계속 회자되고 있다. 제가 뭘 대단히 잘 해서가 아니라 '범죄도시' 시리즈가 계속 흥행했기 때문이다. 제가 오히려 득을 봤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1000만을 연달아 할 수 있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