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 "소형준 등판은 내 실수…박영현, 고마워"

연합뉴스 2024-10-10 00:00:39

kt, 4차전 승리하며 승부 원점으로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김경윤 기자 = 극적인 연장 11회말 끝내기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준PO) 승부를 마지막 5차전까지 끌고 간 kt wiz의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는데, 내가 투수 교체로 망쳤다"고 반성문부터 썼다.

kt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벌인 2024 프로야구 KBO 준PO 4차전에서 LG 트윈스에 6-5로 힘겹게 승리했다.

과정은 힘겨웠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5전3승제의 준PO에서 1승 뒤 2연패로 코너에 몰렸던 kt는 기사회생했고, 동등한 조건에서 11일 LG와 5차전을 벌인다.

4차전에서 kt는 8회까지 5-3으로 앞섰다.

5회부터 등판한 고영표가 8회에도 등판해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았다.

이때 8회 1사 1루에서 이 감독은 소형준을 투입했다.

소형준이 8회를 끝내고, 9회에 마무리 박영현을 내보내 경기를 매조지는 게 이 감독이 바란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소형준은 안타 3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허용했고, LG가 2점을 뽑아 5-5 동점이 됐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등판한 박영현이 3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고,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심우준이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치면서 kt가 준PO 4차전의 승자가 됐다.

역투하는 박영현

이 감독은 "결과론이긴 하지만, 고영표와 박영현으로 경기를 끝냈어야 했다"며 "소형준이 등판한 게, 결과적으로는 내 실수"라고 곱씹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소형준은 잘 맞은 타구를 내주지는 않았는데 코스가 좋았다. 좋은 투구를 했다"고 소형준을 감싸기도 했다.

힘겨웠던 8회를 떠올리며 "8회 2사 만루에서는 써야 할 카드를 못 쓰고 지면 억울할 것 같아서, 박영현을 투입했다"고 말한 이 감독은 "선수들이 벼랑 끝에서 투혼을 펼쳤다. 특히 박영현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kt는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뒤, 득점하지 못한 채 아웃카운트 2개를 허무하게 날렸다.

하지만, 2사 후 심우준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향하는 내야 안타를 쳐 경기를 끝냈다.

이 감독은 "신기하게도 무사 만루보다 2사 만루 때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며 "심우준의 타격감이 좋았다. 0%의 기적을 쓰라고 운이 따른 것 같다"고 웃었다.

kt는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에 이어 준PO 4차전에서도 '지면 탈락하는 경기'에서 승리했다.

KBO 최초로 열린 5위 결정전 승자가 되고, 1패를 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는 5위 팀 중 처음으로 준PO에 진출하는 최초 기록을 썼다.

kt와 이 감독은 11일 열리는 준PO 5차전에서도 '0%의 기적'을 쓰고 싶어 한다.

이 감독은 "내일이 없는 경기를 우리 선수들이 잘 풀어낸다"며 "우리에게 운도 따르는 것 같다"고 웃었다.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