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의료공백 메우고 지역 시장 부활

연합뉴스 2024-10-10 00:00:23

곡성군은 소아과 전문의 채용, 정선군은 어르신 보행 보조기구 배급

연예인·운동선수 기부 잇따라…캠핑장 이용·벌초 대행권 답례품도 다양

고향사랑 기부제

(전국종합=연합뉴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추진된 '고향사랑 기부금제도'가 올해 시행 2년 차를 맞아 첫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모금한 돈이 지역의 어려운 곳을 위해 사용되며 주민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소아과 전문의를 채용해 의료 공백을 메웠고 강원 정선군은 어르신들에게 보행 보조기구를, 충남 서천군은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지역 특화 시장인 서천시장 재건축에 기부금을 쓰며 눈길을 끌었다.

◇ 지난해 모금액 650억원…인구감소·재정자립도 낮은 곳에 집중

시행 첫해인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에 650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이며 제도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기부 건수는 52만5천건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국가 조세수입이 중앙 정부에 치중돼 있어 재정압박을 받는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일본의 '고향 납세 제도'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으로 개인이 학업·근무·여행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곳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이를 재원으로 주민들을 위한 여러 사업에 활용한다.

기부한 개인에게는 세액공제의 혜택과 함께 지자체가 준비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부금은 제도적 취지에 맞게 재정자립도가 낮고 인구감소가 일어나는 지역에 더 몰렸다.

영·호남 지역에 집중됐는데 전남 담양군이 약 22억4천만원으로 기부금이 가장 많았다. 제주특별자치도 18억2천만원, 전남 고흥군 12억2천만원, 전남 나주시 10억6천만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140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3억3천500만원으로, 20% 이상인 103개 지자체 평균 모금액(1억7천400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평균 모금액은 3억8천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지역의 평균 모금액 2억원보다 지자체 재정에 더 도움을 줬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소아과 전문의 진료

◇ 알뜰하게 사용되는 기부금…전문의 채용에 실버카 지원

전남 곡성군은 지역의 의료 공백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어린이들의 병원 진료 지원을 위해 기금을 사용했다.

의료 공백의 아픔을 잘 아는 곡성 출향민들이 5개월 만에 사업비 8천만원을 기부했고, 이 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매주 2차례 보건지소를 방문해 어린이들을 진료하도록 하는 데 쓰이고 있다.

1960년 전문의 제도가 시작된 이후 곡성에 소아과 전문의가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충북 옥천군은 7세 이하 지역 어린이의 병원비를 50만원 범위 안에서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쓴다.

울산 남구보건소는 임신 27∼36주, 분만 1개월 이내인 임산부와 그 배우자 등이 백일해와 풍진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원 정선군은 8천800만원으로 보행 보조기구인 실버카를 만들어 70세 이상 거동에 불편한 저소득 어르신 560명에게 나눠줬다.

울산 동구는 무주택 청년 근로자 주거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청년 노동자 공유주택' 입주자에게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로 지원한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 청소년으로 구성된 팀인 E·T 야구단을 창단하고, 재능발달 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플로깅' 사업을 하는 데 기부금을 투입한다.

충남 서천군은 올해 1월 화마를 입은 서천특화시장 재건축에 기부금을 사용한다.

지역 대표 전통시장을 되찾자는 지역주민의 바람을 반영해 고향 사랑 기부금 1호 사업장으로 선정하며 눈길을 끌었다.

경남 창원시는 꿀벌 살리기 프로젝트와 노인·중장년층 등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 플러그' 설치 사업 등을 진행한다.

고향사랑 기부한 김이슬 선수

◇ 올해에도 후원 잇따라…연예인 운동선수도 동참

2년 차를 맞은 올해에도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17개 시도의 고향사랑기부제 총모금액은 172억2천430만원이고, 총기부 건수는 13만7천52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행안부는 연말쯤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정치인들의 기부 행렬도 눈에 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히는 강이슬 선수는 올해 경남 사천시에 고향사랑기부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배우 정준호는 제주도청을 찾아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했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투수 박세웅은 외가가 있는 경남 거제시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고향인 경남 거제시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직원들은 서로의 지역에 교차 기부를 하며 우호를 다지기도 했다.

◇ 캠핑장 할인권, 벌초 대행권 답례품도 다양

기부금 제도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들도 노력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은 관광택시 이용권, 황매산 숲속 야영장 할인권, 에어랜드 항공 경비행기 상품 할인권 등 문화 관광 분야 답례품을 보강하고 올해만 답례품을 13종 더 늘렸다.

경남도는 추석을 앞두고 기부자 20명을 추첨해 3만원 상당 표고버섯 선물을 선물하는 특별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농촌체험마을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체험행사 이용권과 숙박 할인권, 농촌 마을 생산품, 강원 FC 홈경기 입장권 등 특색 있는 답례품을 대폭 늘렸다.

강원도의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은 모두 155개 품목에 달한다.

전북 진안군은 벌초 대행권, 승마 체험권, 신문 구독권, 화장품 등을 내걸며 기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종시도 식육 추출 가공품, 방향제, 공예품 등 답례 품목을 올해 8종 추가해 48종으로 늘렸다.

(최종호, 이해용, 김근주, 고성식, 김준범, 황정환,김용민,이정훈, 김형우, 차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