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포기했던 손주영의 진심, 준PO ‘인생투’ 만들었다[스한 이슈人]

스포츠한국 2024-10-09 06:00:00

[수원=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4시즌 LG 트윈스의 최고 히트상품은 손주영이다. 시속 14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선발진을 지탱했다. 지난달 2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시즌 9승을 올렸다. 하지만 손주영은 10승 도전에 나서지 않았고 대신 준플레이오프(준PO, 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빛나는 호투를 펼쳤다.

LG는 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PO 3차전 kt wiz와의 원정경기에서 6–5로 이겼다.

손주영. ⓒ연합뉴스 손주영. ⓒ연합뉴스

이로써 LG는 준PO 전적 2승1패를 기록했다. 이제 1승만 더 올리면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라가게 된다. 반면 kt wiz는 준PO 전적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손주영이었다. 2-2로 맞선 3회초 2사 1,2루에서 선발투수 최원태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손주영은 첫 타자 김상수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황재균의 주루사를 통해 3회초 위기를 넘겼다.

손주영은 이후 시속 140km 후반대 패스트볼을 꾸준히 던지며 kt wiz 타자들을 압도했다. 낙차 큰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도 강력했지만 RPM(분당회전수) 2500대를 유지한 패스트볼의 위력이 대단했다.

손주영은 패스트볼을 앞세워 8회말까지 5.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쳐 승리를 챙겼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손)주영이가 오늘(8일)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롱맨으로서 완벽한 투구를 해주면서 승리를 만들어줬다”고 손주영의 투구를 극찬했다.

이처럼 손주영이 완벽한 투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휴식 덕분이었다. 손주영은 21일 두산전 이후 선발 등판을 하지 않았다. 27일 불펜투수로 1이닝을 소화했을 뿐이다. 마지막 선발 등판 후 17일, 불펜 등판 후 10일간 휴식을 취했고 이로 인해 패스트볼의 힘이 증가한 모양새였다.

손주영 또한 경기 후 “직구의 힘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졌다. 많이 쉰 덕분에 평균스피드도 1,2km 더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매구 전력으로 던졌다”며 패스트볼의 힘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휴식을 꼽았다.

손주영. ⓒ연합뉴스 손주영. ⓒ연합뉴스

사실 손주영의 휴식은 그의 ‘팀 퍼스트’ 정신으로 이뤄진 결과물이었다. 손주영은 21일 두산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올리며 시즌 9승을 올렸다. 이어 다음 선발 등판 예정일은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손주영으로서는 LG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시즌 10승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주영은 개인 커리어 첫 10승 도전 대신 휴식을 선택했다. 팀이 정규리그 3위를 확정짓고 준PO를 앞둔 시점에서 힘을 낭비하지 않고 비축하겠다는 결정이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을 눈앞에 둔 선수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실제로 염경엽 LG 감독 또한 손주영의 의사를 존중해 10승 도전에 나서면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손주영은 10승 대신 준PO를 바라봤고 3차전에서 엄청난 구위를 보여주며 승리의 결실을 맺었다.

선발투수에게 두 자릿 수 승수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프로 데뷔 첫 10승이라는 타이틀은 투수에게 각별하다. 그러나 손주영은 개인의 10승보다 팀의 가을야구를 바라봤다. 그 결과 준PO 3차전에서 ‘인생투’를 펼치고 MVP를 차지했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손주영의 진심이 '인생투'를 이끌어냈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손주영. ⓒ연합뉴스 손주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