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돼 휴업…하동군에 무슨 일이?

데일리한국 2024-10-08 18:00:38
개원 27일만에 휴업에 들어간 하동한국병원. 사진=하동군 제공 개원 27일만에 휴업에 들어간 하동한국병원. 사진=하동군 제공

[하동=데일리한국 박유제 기자] 인구소멸 위기 지역인 경남 하동군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하던 새하동병원이 문을 닫은 지 2년여 만에 새 민간병원이 문을 열었지만, 1개월도 채 안 돼 휴업에 들어가 논란이다.

8일 하동군 등에 따르면 폐업한 새하동병원을 인수해 지난달 10일 개원한 하동한국병원이 지난 7일자로 돌연 휴업을 선언했다. 개원 27일 만이다.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하동한국병원은 응급실 없이 전문의 1명과 일반의 2명이 8개 입원실 30개 병상에서 환자를 치료해 왔다.

그러나 이 병원은 하동군이 개설자 자격 문제로 개원을 지연시키는 한편, 병상 확대 신청을 반려했다며 지난달 30일 휴업신청서를 제출한 뒤 지난 7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하동한국병원은 최근 호소문까지 내면서 병상 확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하동군에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지만, 하동군의 입장은 다르다.

하동군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상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개설자 A씨가 2개의 의료법인에 대표이사와 이사로 각각 등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법인 사임서와 함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개설을 요청했지만, 법률 자문 결과를 근거로 이를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신청 당시 소방안전확인서와 일부 시설 개보수 작업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병원 개설 허가도 법정처리일보다 3일 단축해 허가가 이뤄졌다며 병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병상 수 확대 신청과 관련해서도 하동군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100병상 기준으로 최소 의사 5명과 간호사 40명이 필요한데, 하동한국병원이 한의사 1명을 제외한 의사 2명과 간호사 13명만 확보한 상태로 신청한 것은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병원과 하동군이 이처럼 병원 개설 및 병상 수 확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하동군의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하동군의회는 최근 보건의료원 건립을 위한 하동군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의결했지만, 실시설계 용역비 12억5588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일부 군의원들이 50병상, 10개 진료과, 사업비 363억원에 연면적 6772㎡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던 보건의료원 건립 예산과 운영의 건전성 등에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의료원 건립은 당초 계획했던 규모를 축소하면서 건립안은 통과됐지만, 설립 추진에는 다소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에서 하동한국병원 확대 운영 계획과 충돌을 빚게 됐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동군 관계자는 언론에 “민간병원이 설립되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법 위반 논란과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군은 또 입장문을 통해 “법을 어긴 (민간병원 병상 수 확대) 허가는 위법이기 때문에 공직자 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군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편법은 있을 수 없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병상 수 확대 허가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휴업에 들어간 하동한국병원은 최근 하동군에 과거 20년간의 개원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하는 등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