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술접대 검사 '93만원 무죄' 파기…"100만원 초과 가능성"(종합)

연합뉴스 2024-10-08 18:00:10

대법, 참석자별 체류 시간 따른 '계산식' 다르게 적용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50)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고액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검사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검사의 수수액이 청탁금지법상 기준인 100만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과 검찰 출신 이모(54) 변호사, 나모(49)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 검사는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김 전 회장이 2020년 10월 '옥중 서신'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사건의 쟁점은 접대 금액이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금액인 100만원을 넘는지였다.

총 536만원의 비용이 발생한 당시 술자리에는 피고인 3명 외에도 검사 2명과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참석했다.

통상 유흥 접대 사건에서는 총 발생 비용을 참석자별로 나눠 1인당 수수액을 계산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술자리 도중에 합류했고, 나 검사를 제외한 검사 2명은 먼저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각 참석자의 수수액을 얼마로 볼지가 문제였다.

검찰은 초기 술값과 접객원 비용 등 481만원은 피고인 3명과 검사 2명 등 5명에게 발생했고, 추가 접객원과 밴드로 인한 비용 55만원은 검사 2명이 떠난 뒤 발생했기 때문에 피고인 3명에게만 발생한 몫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검사 2명은 수수액이 96만원이어서 기소를 피했다. 이 같은 세밀한 계산법을 두고 검찰 바깥에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고인 3명은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도중에 합류한 김 전 행정관이 술자리 끝까지 남아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원수에 1명씩을 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보면 술값 등 481만원은 6명으로, 접객원 및 밴드 비용 55만원은 4명으로 나눠야 한다. 피고인 3명의 1인당 수수 금액은 93만 9천원으로 줄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은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481만원 중 처음 준비된 술값과 접객원 비용 등 240만원을 '기본 술값 등'으로 따로 분류한 뒤 "기본 술값 등은 술자리가 시작할 때 제공이 완료됐으므로 피고인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피고인 나 검사와 검사 2명에 대한 향응으로써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제공이 완료됐다"고 했다.

즉 240만원에 대해서는 늦게 온 김 전 행정관을 인원수에서 제외하고 5명으로 나누라는 취지다.

나머지 비용은 김 전 행정관을 분모로 포함한 2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따라서 241만원은 검사 2명과 김 전 행정관을 포함한 6명에게, 접객원 및 밴드비용 55만원은 피고인 3명에게 발생한 몫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나 검사가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로부터 제공받은 향응은 약 102만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피고인 나씨가 제공받은 향응 가액을 산정한다면 1회 100만 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향응 가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로 구속 중이던 2020년 10월 자신이 야권 인사에게 로비하고 현직 검사 3명에게 접대했다고 옥중 서신을 통해 폭로했다.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윤 총장에게 관련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추-윤 갈등이 심화했다.

김 전 회장은 징역 30년이 확정된 뒤 지난 3월 다시 옥중서신을 통해 이 같은 폭로가 더불어민주당의 회유에 의한 것이었다며 "민주당의 정치공작으로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당시 접대받은 검사 3명에 대해 중징계를 청구했으나 법무부는 법원의 결론을 지켜보기로 하고 심의를 중단했다.

wa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