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터잡은 美 램리서치…'K-반도체' 인재양성에 동참

연합뉴스 2024-10-08 17:00:11

한국반도체산업협회·성균관대와 협력 프로그램 양해각서 체결

국내 대학에 '세미버스' 도입…"한국 반도체 생태계 확장 나설 것"

램리서치 산학정 협력 프로그램 양해각서 체결식

(용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성균관대와 손잡고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나선다. 이를 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램리서치는 8일 오전 경기 용인에서 용인캠퍼스(Y캠퍼스) 개관식을 한 데 이어 'K-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정 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개최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1년간 시범사업 행태로 진행되며, 그 후 확대 시행을 통해 학사 및 석·박사급 반도체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램리서치는 내년 시범사업을 위해 70억원에 상당하는 라이선스 및 훈련 전문인력을 성균관대 공과대학에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협력 프로그램에는 램리서치의 '세미버스 설루션'이 도입된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학교 및 관계 기관과의 협력으로 세미버스 설루션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미버스는 가상의 팹(공장)에 최신 시설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현재 반도체 교육 인프라가 가진 기술적·물리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3차원 반도체 공정 시뮬레이터인 '세뮬레이터 3D'(SEMulator 3D) 소프트웨어를 통해 칩 디자인, 제조 공정 전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이사는 "반도체 인재 양성은 업계 공통의 과제로 어느 한 기업이나 학교, 정부 단독의 노력으로 이뤄내기 어렵다"며 "램리서치의 세미버스 설루션을 활용해 인프라 제약을 뛰어넘어 K-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최첨단 토대를 마련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이사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필요한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는 30만명에 달하지만, 유입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31년까지 약 5만4천명(학사급 3만5천명, 석·박사급 1만9천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 양성"이라며 "세미버스를 통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장에서 교육 효과도 기대된다.

박상욱 램리서치 전무는 "세미버스 설루션은 지난 7∼8년간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이미 판매를 해왔다"며 "대학에서 세미버스를 교과과정에 내재화할 경우 학생들이 졸업 후 반도체 기업에 취업했을 때 실무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이론적 교육과 실질적 교육 간의 괴리를 좁혀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 반도체 산업에서 10년 동안 배워야 할 기술을 세미버스를 활용하면 2∼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램리서치의 설명이다.

용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이날 정식 개관한 램리서치 용인캠퍼스에는 확장된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이하 KTC)와 사무동이 들어섰다.

KTC는 지난 2022년 개소된 램리서치의 국내 연구개발(R&D)센터로,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가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박막을 입히는 '증착', 반도체 회로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 등을 지원한다.

램리서치는 이곳에서 직원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고객사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팀 아처 램리서치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램리서치 용인캠퍼스 개관은 지난 35년간 한국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함께 이뤄온 성취를 기반으로 우리의 R&D, 인재 훈련, 고객 지원 기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용인캠퍼스는 고객사와 더욱 가까이서 다음 세대 반도체 혁신을 이루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0년에 설립된 램리서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둔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 및 서비스 공급 업체다.

지난해 램리서치의 연간 매출액은 143억달러(약 19조2천992억원)로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1989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후 단계적으로 운영 범위를 확장해왔으며, 정부가 용인 등 경기 남부 일대에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입주한 첫 번째 글로벌 기업이다.

burn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