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규 대전 동구의원 “신속집행 제도, 폐지·개선해야”

데일리한국 2024-10-08 16:41:27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대전=데일리한국 선치영 기자] 지난 2009년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해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신속집행 제도'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지난달 10일, 대전 동구의회 제28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장관을 대상으로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방안을 건의한 대전 동구의회 강정규 의원(부의장)을 만나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이유를 알아본다. 이 자리에는 박종옥 대전시 동구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함께 자리해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

- 먼저 10여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신속집행 제도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경기 활성화를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연말에 예산 집행이 쏠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시작돼서 이름만 변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제도다”

- 최근에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신속집행 제도가 도입된 2009년 당시와 비교했을 때, 2024년도 상황은 많이 변했고 오히려 오늘날에는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폐지나 최소한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 정확히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이 제도는 사업의 빠른 집행만을 강조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왜곡시키고 있다. 지자체의 사업은 구민분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되게, 더 효율적이게 더 정확하게 집행돼야 하지만 단순히 빠르게 집행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업의 효율성, 정확성 등 본래 목적이 왜곡되고 있다.

실제로 공사 등이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인건비와 자재비가 증가해 효율성이 훼손된다. 또 상반기에 공사가 몰리면서 관리감독이 어려워져 부실한 업체가 낙찰되고 사업의 부실시공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제가 2015년에 ‘한의약 인쇄골목 재생사업’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위원장으로서 사무조사를 추진하면서 사업의 부실시공과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을 밝혀냈다. 현장에서 신속집행 제도의 부작용을 목격하고 파헤쳐낸 바 있는 저로서는 굉장히 우려가 큰 부분이다”

- 신속집행 제도로 인해 현장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방자치단체 간 신속집행 실적 경쟁이 심화 되면서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속집행으로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공무원들의 부담과 업무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속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분들, 공무원노조원분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신속집행 때문에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자체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업에 사용되어야 할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사진 왼쪽)과 박종옥 대전시 동구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사진 왼쪽)과 박종옥 대전시 동구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 정부의 신속집행 제도 평가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자치단체의 특성과 재정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평가기준이 문제다. 지역마다 공사를 할 수 없는 동절기가 다르고 열사병이 중대재해로 분류되면서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작업시간이 조정된다.

이렇게 혹한기, 혹서기에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도시화가 덜 된 지역은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과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춘 도시지역은 인센티브를, 불리한 지방은 패널티를 받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지역간 격차가 심화된다.

‘상저하고’가 확실하지 않은 경제상황에도 신속집행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경기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예산을 예치함으로써 얻는 이자수익을 감소시키는 등 자치단체의 재정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 또한 큰 문제다”

- 한편에서는 신속집행 제도가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고 예산의 불용률을 낮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의미한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신속집행 제도의 경기 활성화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빈약하고 최근의 분석 자료들을 살펴보면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속집행을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부진 지자체를 현장점검하고 집중 관리하는 등 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각종 규정에 예외를 두면서까지 강조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결과에 대한 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다. 불용률의 감소 또한 재정 투입의 총량이 늘어남으로써 불용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신속집행의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평가하기엔 어렵다”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사진 왼쪽)과 박종옥 대전시 동구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조합원들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강정규 대전 동구의회 의원(사진 왼쪽)과 박종옥 대전시 동구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조합원들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폐지·개선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치영 기자

- 그렇다면 신속집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신속집행 제도는 도입 당시 취지와 달리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사업의 본래 목적을 왜곡시키며 단순히 빠른 집행만을 강조하는 신속집행 제도가 아닌 연간 균형적이고 지속 가능한 집행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신속집행 제도를 폐지 및 근본적으로 개선해 공무원들이 저출생, 청년일자리 등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 다”

- 마지막으로 대전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의 미래와 공무원들의 더 나은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제도의 폐지나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