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와 가는 선이 빼곡…옛 거울엔 어떤 이야기 담겼을까

연합뉴스 2024-10-08 14:00:23

국립나주박물관, 거울 관련 유물 270여 점 소개하는 특별전

화순 대곡리 거울 세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71년 전남 화순 대곡리에 살던 한 주민이 헛간 배수로 주변에서 작업하던 중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그는 마을을 돌아다니던 엿장수에게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물건을 넘겼고, 엿장수는 오랜 고심 끝에 전남도청 문화공보실에 신고했다. 청동으로 만든 유물 총 11점이었다.

그중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정교하게 새기고 고리 모양의 꼭지가 달린 잔무늬 거울이 2점 있었다.

청동기 제작 기술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 거울은 이듬해인 1972년 다른 유물과 함께 국보(정식 명칭은 '화순 대곡리 청동기 일괄')로 지정됐다.

고대 사람들이 소중히 다뤄 온 거울에 주목한 전시가 전남 나주에서 열린다. 국립나주박물관에서 8일부터 선보이는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이다.

공주 무령왕릉 거울

전시는 그간 한반도에서 출토된 거울을 포함해 총 270여 점의 유물을 소개한다.

국보로 지정된 화순 대곡리 출토 거울과 무령왕릉 출토 의자손수대경, 최근 발굴된 함평 엄다리 제동 고분 출토 거울과 경주 사라리 출토 거울 조각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시기별로 거울을 가졌던 사람들을 조명하고, 동북아시아의 거울 교류 양상과 거울 속 무늬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청동거울을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화순 대곡리 거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던 거친무늬 거울, 여러 개의 꼭지가 달린 거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람들이 죽은 이를 애도하며 거울을 깨트린 흔적도 소개된다.

관람객들은 고대 사회에서 누가 거울을 소유했는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

과거 청동거울은 얼굴을 비추는 미용상의 목적보다는 태양 빛을 반사하는 기능을 가진 의기로 종교적·주술적 의례에서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풍부한 철 자원, 바다와 강 혹은 내륙의 교통로를 이용해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과 최고 권력자인 왕이 가졌던 거울을 보여주며 그 위상을 생각해보도록 한다.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의자손수대경은 거울 중앙의 꼭지를 중심으로 9개의 돌기가 있고 안에는 크고 작은 원과 7개의 돌기가 솟아 있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원 다호리 거울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된 중국 전한 시대 청동거울 등도 주목할 만하다.

고대 동북아시아는 거울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던 시기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런 영향을 받아 각각의 울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길상(吉祥)무늬와 글씨가 쓰여 있는 거울은 당시 사람들의 소망과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물관 측은 "거울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녹슨 청동거울 안에 감춰진 고대 사람들의 모습과 소망을 살펴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5년 2월 9일까지 열린다.

중국 거울 일괄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