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유통업계 임원인사⋯신동빈·정용진·정지선의 선택은?

데일리한국 2024-10-08 08:00: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속에 유통업계 전반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정기 임원 인사는 연말에 이뤄지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경영 전략을 기민하게 수립할 필요성 때문이다. 

올해도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성과주의 원칙 아래 성장에 기여한 분야는 승진 및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부진한 분야에 대해서는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르면 내달 중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이미 임원평가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통상 10~11월 내 인사 평가를 마치고 12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1~2개월 가량 일찍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롯데의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인 임원진 교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그룹 재편을 통해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못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적쇄신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거나 사업철수라도 결단도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등 석유화학 업황의 부진을 이유로 올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246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 발생한 누적 적자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그룹 차원의 화학 부문 재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철수는 확실시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롯데헬스케어는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2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요부서의 직원들이 이미 상당수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일본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2025년 임원 인사 시기와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계열사 대표 교체 등 체질 개선을 한차례 단행한 바 있어 2025년 정기 임원인사는 일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마저도 예년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지난해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이르게 9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아래 전체 계열사 대표 중 40%가량을 교체하는 강도 높은 혁신에 나섰다. 

정 회장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3월에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6월에는 이커머스 사업 양대 축인 지마켓과 SSG닷컴 수장으로 각각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최훈학 전무를 세우는 등 문책성 수시 인사 제도를 실시했다.

신세계의 수시 인사로 정기 임원인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임기에 관계없이 실적에 따라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긴장감은 커졌다. 

이런 이유로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대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세계디에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698억원에서 72.6% 급감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행문화로 인해 면세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예년과 비슷하게 다음달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인사 쇄신을 통해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조직 재편과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설립하고 장호진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주요 계열사인 백화점·홈쇼핑 대표가 김형종·임대규 대표에서 각각 정지영·한광영 대표로 교체됐다.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가 통상 4년가량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최근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운영 및 IT 전문가들을 주요 임원직에 선임해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인사 시기와 규모를 예단하기 힘들 수 있지만, 계속되는 국내 소비 침체와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성장 등으로 시장이 급변화면서 인적쇄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