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길에 동행한 가운데 지난해 말 준공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모빌리티 혁신센터(HMGICS)를 찾는다. 특히 HMGICS는 국내와 미국 조지아와 함께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생산 거점으로 꼽히면서 주목된다.
정 회장은 일본 완성차 업계가 높은 점유율로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고급 전기차로 승부수를 띄워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 정의선 회장이 선택한 동남아 거점 싱가포르
7일 현대차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6~11일 윤 대통령의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등 동남아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포함돼 동행한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일정 중 싱가포르에 위치한 HMGICS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HMGICS는 약 3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에 완공했다. 이곳에서는 연구·개발(R&D)과 생산, 서비스가 한번에 이뤄진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모든 사업을 한 공간에 모아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이곳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공장과 국내 울산공장과 함께 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 핵심 거점이다.
정 회장은 싱가포르에 HMGICS를 설립해 일본 완성차 업계의 텃밭으로 불리는 동남아 시장에서 고급 전기차로 선점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가 그 시작점이다.
동남아는 일본 토요타와 혼다 등의 완성차들이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토요타와 혼다의 합산 점유율은 약 60%에 이른다. 이곳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10%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서 일본 완성차와 대결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인 셈이다.
정 회장은 미래차를 선점한다는 전략으로 승부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싱가포르는 최적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싱가포르의 강력한 환경 규제에 따른 자동차 정책 때문이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에 따르면 전체 등록대수는 약 65만대인데, 기존 자동차 소유주가 번호판을 반납해야 다른 사람에게 구매 기회가 돌아간다. 싱가포르는 오는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이 포함된다.
■ HGCICS, 아이오닉 5·6·EV6 등 생산 전망…현지 충전인프라 구축도
정 회장이 싱가포르에 HMGICS를 설립한 이유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미 HMGICS는 전기차 생산 준비가 완료됐다.
이곳에서는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아이오닉 5,6, EV6 등 전기차 모델이 생산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이오닉 6의 현지 생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차량 구매 금액은 일반 중형급 내연기관차도 1~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의 전기차를 판매해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전기차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까지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HMGICS 설립 후 싱가포르 현지 판매도 증가했다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등록 대수는 1557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56대 대비 106% 증가한 판매량이다.
기아도 올해 1월 대형 전기SUV EV9을 싱가포르에 선보이며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니로 EV와 카니발 하이브리드도 현지 출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싱가포르 현지 충전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싱가포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HMGICS, 미래모빌리티 시험무대…작업자, 웨어러블 로봇 입고 일해
HMGICS는 미래 모빌리티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이곳의 작업자들은 입는 로봇은 ‘엑스블’을 착용하고 있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거나 몸을 뒤로 젖히는 작업할 때 이 웨어러블 로봇이 작업자의 운동 부담을 덜어준다.
HGGICS 특정 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이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처음 시도한 것들은 현대차그룹 전 세계 공장에 도입된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메타팩토리’도 시험하고 있다. 이는 HMGICS를 본뜬 가상의 메타버스 상의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로봇을 포함해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밀접히 연결해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접속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HMGICS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한국에서 메타팩토리에 접속해 원인 파악과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다.
정 회장은 "싱가포르 HMGICS에 적용한 기술을 전 세계 현대차그룹 공장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