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6일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의 휴학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의대생 '휴학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자 정부로서도 올해 1년간 교육 공백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내놓은 고육지책이라 본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의 대량 휴학으로 의료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교육의 부실을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5년 단축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학이 설정한 학점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연한을 1년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는 조기 졸업 제도가 있다"면서 "모든 대학이 5년 단축을 강압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할 경우 지원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전시 상황, 파병 등 특수 상황이 있으면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하기 위해 전체 이수학점은 유지하고 커리큘럼을 압축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와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 "의료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데 시간 단축도 가능하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탄력적 학사 운영 조치를 내놓았지만 올 2학기 들어서도 의대생의 수업 복귀는 여전히 저조하다. 전국 의대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쳤고, 수업에 복귀한 학생은 2.8%뿐이라고 한다.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에 따라 현재 1학년생들이 실제 대거 휴학하면 이들이 당초 의대 6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할 예정이던 2030년엔 의료 인력이 현 정원만큼인 3천명가량 배출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교육과정 1년 단축으로 5년 만에 졸업할 수 있게 해 인력 공백을 메워보자는 것인데 물론 의료 교육의 질만 담보된다면 교육과정의 단축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도 빡빡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의대 교육과정을 줄이면서도 의료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계가 지금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의대 교육의 부실화'였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통해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목적은 필수 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활성화다. 부실한 교육으로 자질이 떨어지는 의료인을 양산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의료 교육의 질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당장 내년이면 올해 의대 정원과 내년 늘어난 정원을 합친 7천500여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정상적인 의학 교육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제부터라도 소모적 갈등을 접고 의대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