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엑스포 비밀문서 공개…與 "국기문란 범죄"

데일리한국 2024-10-07 21:45:37
답변하는 조태열 외교장관. 사진=연합뉴스 답변하는 조태열 외교장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세진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3급 비밀' 표시가 있는 외교부 공문을 야당 의원이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여당 의원들은 이를 "범죄 행위이자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유출 경위를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질의 도중 '2030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외교부 공문을 국정감사장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이 공문은 지난해 11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국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 직전 외교부가 BIE 회원국 주재 공관에 보낸 것으로, 1차 투표에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전이 예상되고 2차 투표에선 한국이 과반 득표로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는 판세 분석이 담겼다.

당시 외교부의 판세 분석과 달리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참가국의 3분의 2 이상인 119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박람회를 유치했고, 한국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공문 상단에는 '3급 비밀'이라고 적혀 있고, 하단에는 보존기한이 올해 6월 30일이라고 돼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저 문서를 어디서 입수했나. 3급 비밀문서를 화면에 띄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항의했다. 김 의원은 "제보받았다"며 "당시 외교부가 이길 수 있다고 한 것은 판세를 잘못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외교부 출신으로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3급 기밀문서가 노출되는 것은 국기(國紀·나라의 기강)를 흔드는 것이고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정감사 도중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부의 외교 암호 체계 등 정보 보안망을 노출한 심각한 안보 자해 행위"라며 "김 의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동을 자제하고 책임 있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세를 갖추라"고 촉구했다.

반면, 외교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부산엑스포 유치 외교는 우리 외교의 참사 중 참사"라며 "현재 비밀 급수가 몇등급이라고 해서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문을 공개한 김 의원은 "이 문서는 올해 6월 30일부로 일반문서로 재분류 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협상에 대한 내용이 아니고, 본부와 공관의 일이기 때문에 수개월간 고민해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보존)기한 도래 이후 '엑스(X)' 표를 쳐서 재분류 조치해야 그때부터 일반문서"가 된다면서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했고, 외교부가 (유출을) 주도했다면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