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부재가 발목잡나...K-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뒷걸음질

데일리한국 2024-10-07 17:31:06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SNE리서치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SNE리서치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중국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를 빠르게 불리는 동안 실질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약 510.1GWh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공급량도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했다. 이 기간 K-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21.1%로, 전년 대비 3.4%포인트 떨어졌다.

◇ LFP 배터리 약진…中 기업, 압도적 성장세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하락 주요 원인으로 중국 업체의 LFP 배터리 시장 장악이 꼽힌다. LFP 배터리는 기존의 하이니켈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및 중저가형 전기차에서 LFP 배터리를 주로 쓰는 배경이다. 

중국 업체인 CATL과 BYD는 초기부터 LFP 배터리에 집중 투자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올 1~8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사용한 CATL 배터리는 18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성장했다. 같은 기간 BYD 배터리 채택량은 83.9GWh로 25.6% 신장했다. 두 회사는 각각 글로벌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BYD의 경우 배터리는 물론 완성차도 직접 생산한다. 최근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며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을 투트랙으로 공략,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진출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월간 전기차 및 배터리 월간 추이. 출처=SNE리서치 글로벌 월간 전기차 및 배터리 월간 추이. 출처=SNE리서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LEP 배터리 채택도 늘어나는 추세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일부 모델에 LFP 배터리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폭스바겐과 BYD도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그간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상대적으로 LFP 배터리 시장 대응이 늦어진 것이 점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둔화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사용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내 주요 고객인 테슬라의 판매량 감소로 유럽 시장에서 배터리 사용량이 줄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유럽 내 LFP 배터리 공급을 늘리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이 초기에 LFP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만큼, 단기간 내 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양산 준비를 통해 중저가형 시장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K-배터리 반격 준비…2026년 LFP 배터리 양산 본격화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와 파우치형 셀투팩(CTP)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SDI와 SK온도 LFP 배터리 양산을 위한 인프라 확장과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3사가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경우,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점유율 회복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2026년을 기점으로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CATL과 BYD가 장악한 중저가형 시장에서 반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르노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르노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관건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외에도 고성능 니켈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중저가형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모두에서 우수하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를 대비한 장기적 기술 리더십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점유율 회복을 위해 생산 단가 절감과 글로벌 고객 다변화도 과제로 손꼽힌다. CATL과 BYD 같은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현지 광물 조달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높은 생산 단가로 인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원가 경쟁력 확보와 중저가형 시장 대응을 통해, 2026년 이후 현재의 점유율 하락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